우리 아기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색을 지닌 아이든, 엄마의 바람은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바랄 뿐'
임신 12주 차가 되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너는 딸이면 좋겠어, 아들이면 좋겠어?"이다. 나는 미술, 영어 등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내겐 모두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대로,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대로 각기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 매력을 모두 알기에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나는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어.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상관없어" 물론, 우리 아기는 어떤 색을 가진 아이로 태어날지 궁금하기도 한 엄마이지만, 모든 엄마들의 바람은 결국 같지 않을까?
건강하게만 잘 태어나기를. 그것이 엄마의 소원이자 가장 큰 바람.
신랑과 나는 늘 이야기한다.
"우리는 너무나 달라"
그렇다. 신랑과 나는 너무나 다르다.
나는 이전부터 참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었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고 영어를 가르치고 여행을 다니는 등, 내가 젊은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겁 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만들어 가며 살아왔던 터였다.
그러나 그런 나와 달리 신랑은 주어진일을 열심히 해내는 매우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FM 이란 별명이 뒤따랐다고 한다.
어느 날 신랑이 회사 이야기를 하며,
"아니 아침 9시 출근이면 미리 20분 전에는 도착해서 준비를 먼저 하고 그리고 9시부터 딱 일할 자세가 돼야 하는 거 아니야? 9시 다다라서 도착해서 준비 없이 그게 일하는 사람 자세인가?"라고 말하며 내게 물었다.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 후자인데????^^;;;;;"
결혼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연애를 할 때에도 약속 시간을 정확히 고집하는 신랑을 맞추려 1분이라도 늦지 않기 위해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매일을 달렸다.
여자는 꾸미려고, 일이 좀 늦게 끝나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등 많은 일들이 즐비했지만 대부분 신랑은 시간은 사람 간의 신뢰이라며 매우 중요시했다.
그렇게 우리의 연애 때 조차도 그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던 사람이, 지금은 나와 함께 예비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늘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이렇게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 만나 결혼을 했다고.
그래서 그런 말도 있다.
30년 넘게 나와 다르게 살아온 사람을 어떻게 바꾸냐며, 그 간의 자기 가치관이 이미 형성되어 있고 자신만의 삶의 지표를 가지고 살아왔을 터인데, 바꾸려 하기보다는 인정하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애씀이 들어가고, 인정하면 오히려 편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이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직접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나 역시 그렇다.
신랑과 다름을 인정해야만 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여전히 객체이다.
여전히 각 개인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에게 나도 존중받을 수 있고, 나도 그를 존중할 수 있다.
아기를 생각하니, 이렇게 다른 엄마와 아빠를 어떻게 닮고 나올지 참 궁금하다.
각기 다른 객체의 염색체가 뒤 섞여 새로운 생명이 창조되었다. 너무나 다른 엄마 아빠의 모습이 우리 아이에게 모두 혼합되었다.
그래서 아기가 어떤 모습을, 어떤 색을 지니고 태어날지 엄마는 너무나 궁금하다.
아빠는 밤마다 늘 배에 대고 이야기한다.
"새싹아, 엄마도 아빠도 닮지 마라"
이후, 늘 흘겨보는 내 눈을 보고 웃으며 잠자리에 든다.
신랑은 늘 나처럼 그림도 잘 그리고 영어도 잘하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자기처럼 우직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의 아기가 우리의 바람대로 자라면 좋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떤 색을 지니던 우리의 아기이자 내 새끼인 것을.
그래서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만들어질 우리 새싹이의 모습이 어떻든 엄마는 다시 마음을 바꾸었다.
엄마를 닮든, 아빠를 닮든 아니면 네가 너로서 고유한 색을 품고 나오든 건강하게만 태어나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