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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Jun 26. 2024

이탈리아 비자

여전. 이탈리아 비자 면접을 알아볼 때 떠오른 단입니다. 2016년 때도, 2024년 도. 음악, 요리, 커피를 배우기 위해, 일하기 위해 이탈리아 비자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섭니다. 그러니 적어도 2달 전에는 비자면접 예약을 해야지. 나갈 때를 얼 추 맞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렵사리 면접을 보고, 어제 비자를 수령하러 갔습니다. 차례대로 줄 서서 한 명 혹은 두 명씩 입장. 그런데, 어떤 분은 감감무소식, 어떤 분은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온몸에 '나 화났으니 건들지 마' 기운이 펄펄 거리며 퇴장입니다.


시험 결과를 보고 나올 때, 입사 시험 결과를 받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아니, 비자를 못 받는다고 하늘이 두쪽이라도 나나? 싶겠지만, 정작 본인은 머릿속이 두쪽으로 갈라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을지 모릅니다.


해외에 일이나 공부를 하러 나간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건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몇 달, 몇 년간 준비를 해서 어렵사리 기회를 잡고, 이제는 나가기만 하면 되는 데. 입장조차 못하게 하는 상황에 마주 서면 어떻겠습니까. 입사시험이 떨어지는 충격, 대학입학에 미끄러지는 충격.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비자 면접은 3차 면접시험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탈락하게 되면 다시 비자 절차를 시작하거나, 보완 서류를 제출해야겠지요. 하지만, 입학해야 할 시간, 계약이 시작되는 시간이 바짝 코 앞에 다가오는 상황입니다. 비행기표도 예약했고요. 짐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자절차는 느릿느릿, 시간 내 비자를 받는 것은 한 없이 멀리 보이는 섬까지 헤엄쳐 가라는 의미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동정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하소연도 쉽지 않습니다. '비자 면접에 떨어졌어요? 나가지 말고 우리나라에서 일해요.'


지난번에는 아프리카. 이번에는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위험하고, 좀 더 의미 있고. 가봐야 이해하고, 가봐야 아득하기만 한.. 하지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3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좀 더 의미 있게 일을 하고 싶습니다. 비자를 제때에 받게 해 주신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소원 하나가 손에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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