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아파보니, 회사를 퇴사할 각오까지 해보니.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 준 분들의 고마움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고쳐준 흥부에 희망의 박씨를 물어다준 제비도 그와 같은 마음이겠지요. 그래서 이때 도움을 준 분들에게는 언제고 꼭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들을 도와주며, 그런 나라들의 부패와 합리성과 거리가 먼 실태를 보다 보면. 해외원조는 돈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문득문득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일하는 WFP의 태도와 마음가짐은 경외스럽습니다. 참 열심히 합니다. 같이 일하면서 깜짝깜짝 놀랍니다. 우리나라에 현업부서에서 일하는 기분마저 드니까요. 전에 있던 국제기구서 보았던 나태함과 관료적인 권위감, 현실 안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항상 긴장이 감도네요.
여기 직원에게 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를 도와주냐 물으니, 우리가 도와주었던 한국도 희망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WFP를 지원해 주는 Donor국이 되지 않았냐? 하고 반문합니다.
얼마나 도움을 주었길래 저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지? 싶어 알아보니, WFP는 현존하는 국제기구 중, 우리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기구였습니다. 어이 없었습니다.
"아니, 한국은 은혜를 보답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나라인데.. 왜 WFP가 한국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국인에게 홍보하여 지원을 더 받을 생각을 하지 않나요?"
"홍보할 돈요? 최대한 돈을 모아서 현장에서 굶는 사람을 돕기도 부족한데요. 그리고 Donor 국가에서 요구하는 홍보는 합니다."
찾아봤습니다. Naver, Daum, 중앙일간지, 케이블 티브이.. 다양한 원조기구들이 도배하고 있는 홍보의 장에 WFP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에 설치한 서울사무소의 자체 유튜브 채널이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홍보를 하는 게 고작입니다. 그나마 정부에서 WFP의 지원을 알기에 다른 국제기구보다 우호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모르니, 국회에서 WFP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왜 WFP 같은 기구에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하는 거죠?'
국회에서의 질문은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엔한국재건단은 임시기구이니, 이미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현존하는 국제기구 중.. WFP는 다른 국제기구에 비해 압도적인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배고프고 가난할 때 말이죠.
어느 국제기구를 지원해 준다 해도, 가난한 나라가 헐벗는 나라가 이를 극복해 일어서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선진국의 일원으로 국격을 생각한 정치적 판단과 국민의 여론을 고려해 지원하는 게 아마도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본질에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 한 마리도 더하고 싶습니다.
씁쓸합니다. 우리나라는 심금을 울리는 영상과 사진으로 도배를 해야 알아주는 세상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힘들고 가난하고 배고프고 아플 때의 도움은 아빠세대, 할아버지세대의 일이니,,, 관심이 덜 할 수도 있겠지요. 흥부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박씨를 물어다준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