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가 한창 기승이던 무렵, 딸아이가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스마트 폰이 카톡 댔다. 오랜만에 오는 연락. 딸아이 생존을 궁금해하던 필자와 아내는 스마트폰을 서둘러 잡았다. 카톡 화면에 등장한 딸은 옆 방 친구만 빼면 별일 없음을 보고했다. 옆 방 친구가 무슨 문제냐 했더니, 거의 매일 큰 소리로 스마트폰에 대고 쌈질을 한다는 답이었다. `하도 큰소리로 쌈을 하기 때문에 듣게 된 내용은 어처구니없다.`고도 했다.
딸아이는 강제적으로 들은 내용을 쫑알쫑알 정리했다. `마마가 날 Pet처럼 키워 이 모양이다. 이 상황을 참아낼 힘이 없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 날 이렇게 키운 마마를 저주한다.` 정리를 끝낸 딸이 물었다. `아무리 코비드 19로 직장을 잃어도 그렇지, 이렇게 엄마에게 탓하는 이유가 뭘까요?`
딸아이의 말을 듣다 보니, 마마보이는 과잉으로 보살핌을 받는 Pet처럼 키워지는 거와 별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보살핌이 과한 Pet처럼 크면, Pet에게 발생하는 문제가 인간에게도 발생하는 게 아닐까?
기억이 시작되는 그때부터, 마마는 모든 걸 대신해 줬다. 보이가 해야 할 방청소, 심부름, 학용품 챙기기. 어느 정도 자라자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가 덧대어졌다. 보이는 가족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쯤에서 보이는 알아챘다. 공부 핑계를 대면 모두 되는구나. 청소는 내가 하는 게 아니구나, 심부름은 할 필요 없구나, 사소한 일은 신경 안 써도 되는구나, 사소한 일의 크기는 내 맘대로 정하면 되는구나. 입만 벌리고 누워도 감은 입속으로 알맞게 떨어지는구나
Pet으로 키워진 보이는 인간의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기 어려웠다. 굳이 알 필요 없이 컸기 때문이다. 때 되면 먹을 거 챙겨주고, 시간 맞춰 운동시켜 주고 목욕시켜 주고, 아프면 돈 아끼지 않고 병원에 데려가고. 이런 맞춤형 무료 서비스를 죽을 때까지 성심껏 해줄 것 같은 Pet집사가 항상 옆에 있으니, 왜 귀찮고 어렵게 생존하는 법을 알아야 하나?
맹수도 Pet처럼 키워지면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마는 알았을까. 동물의 제왕이라는 사자는 안 그럴 것 같아도 마찬가지다. 이는 사람 손으로 기른 사자 엘사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담은 `Born Free`라는 다큐영화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절반은 성공했는데, 뭘.`이라 주장하면 할 말 없다.
보이와 걸을 Pet처럼 길러 대학까지 졸업시킨 마마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다. `보이와 걸이 엘사처럼 사회에서 오래 견디지 못하여 때이르게 존재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고, 이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맞춤형 서비스를 평생 제공할 확률이 낮지 않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필자의 고충에서 기인하거니와, 60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마마보이를 탈출하지 못한 30대, 40대, 50대를 목격해서이기도 하다. Pet처럼 양육된 보이는 인간의 정글에서 버티는 게 너무 힘들었다. 직장도 결혼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그나마 필자는 운이 좋아 이를 버텨냈다. 그 운은 학교가, 군대가, 실험실이 제공했다. 마마보이를 싫어하는 아내의 공로도 컸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생을 패는 선생이 있었고, 웃기지도 않은 명령을 내리는 군대의 선임도 있었고, 지 이익을 챙기기 위해 학생을 쥐어짜는 교수도 있었다. 이들이 인간 세상이 정글이란 사실을 똑바로 알려줬다.
상고를 보낸다는 부모에게 반항하면서, 생활비를 벌어가면서 대학을 졸업했던 아내는 마마보이를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마보이 남편에게 생각하지도 못한 과제를 수시로 선사했다.
보이는 인간 세상을 버틸 힘을 마마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로부터 강제로 주입 되었다.
마마 입장에선 화날 상황이다. 보이 입장에서도 모두 때려치우고 피했으면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삶이란 게 생각처럼 되긴 어려웠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마마는 침착하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Pet처럼 키운 내 아이들이 크면서 알아서 철들고, 알아서 사회생활을 잘하고, 알아서 결혼생활을 잘할지를.
사회를 생존 경쟁으로 점철된 야생의 세계로 표현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결혼 생활도 본능과 이성이 교차하는 야생의 세계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마마보이는 성인이란 명패를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강제로 붙이고 사회에 내던져졌다. 마마의 소망에 따라 결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