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식 아파트(서경희)를 읽고
누구나 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니다. 누구나 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 그놈의 타이밍. 살 때와 팔 때의 타이밍을 몰라 꼭대기에서 사고 다리에서 파는 열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재작년과 작년. 내 주변에서도 부동산이 얼마 올랐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파트 몇 채를 갖고 있지 않는 한 내 아파트가 올라봐야 팔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고, 팔았다고 해서 또 내 돈이 아니다. 다른 지역은 더 올라 내 아파트를 팔아봐야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으니까. 이사를 많이 해야 부자가 된다고 하는데 나는 결혼하고 한 번도 이사하지 못했으니, 부자의 ‘부’ 자 곁에 있기도 힘들다.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난리였는데 지금은 아파트값이 빠진다고 난리다. 한때는 서울에 아파트 하나 있으면 중산층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부동산에 올인해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게 나쁘다고도 할 수 없으니. 그냥 좀, 헛헛하다.
소설은 결혼 생활 십 년이 된 은영의 이야기다. 결혼하면서 연극배우를 그만두고 학습지 교사 일을 한다. 남편 정우가 배우로 일할 수 있게 은영은 자연스럽게 배우를 그만둔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만 내 집 장만은 어림도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전세가가 오르자 대출을 받아 경기도 외곽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를 산다. 이사 다닐 일도 없이 내 집이라 생각하니 부자가 된 듯하다. 하지만 은영이 이사한 곳은 소각지 매립공사 문제로 시청과 주민이 갈등을 빚고 있었고, 은영이 심지어 비싸게 아파트를 샀다는 걸 알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아파트를 팔고 이 도시를 떠나고 싶지만,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다. 이후 은영은 매립지 반대 투쟁위원회 일명 반투위에 가입하게 되는데...
얼마 전 한 지인이 자신의 아파트를 팔고 다른 곳의 아파트를 사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내 아파트를 팔아봐야 갈 곳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더 없다고. 한창 올랐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떨어져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수리해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집은 집이어야 하는데 집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면서 웃픈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들의 안전을 이유로 아파트 갑질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다. 아파트값이 오르기만 한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아파트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까지. 하지만 그들을 뭐라 할 수 있을까? 순간의 선택, 혹은 타이밍으로 누군가는 20억대 자산가가 되고 누군가는 처음 갖고 있는 돈 그대로 전세를 전전하는데? 부동산 하면 나도 할 말이 아주 많다. 몇 번의 투자(?) 타이밍이 있었고 그때 투자했다면 좋았을 텐데, 내 옆 사람. 그 사람이 아주 난리, 생난리를 치는 바람에 접었는데, 내가 투자하려고 했던 아파트들이 죄다 재개발을 했던 것. 그러고 보면 아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건 아닌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때 더 난리를 쳐서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이 또한 내 탓이겠지. 내 주변에도 부동산 부자가 있다. 운도 좋지만, 열심히 부동산 공부를 한다. 저렇게 노력하니 부자가 되는 거겠지 싶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만, 과연 그게 서민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 내 집을 지키기 위해, 몇 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하나 있는 내 집을 지키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아파트 그게 뭐라고.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드니. 단순히 주거의 목적이었다면 이랬을까 싶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이자 계급, 또한 노후를 책임지는 수단이기에 더욱 악착같아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