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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 날개를 달자 Nov 11. 2022

결혼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면 안 돼

결혼면허(조두진)

인생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인생만큼 타이밍이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매 순간 우리는 적절한 타이밍에 의해 중요한 사항이 결정되고, 무산되기도 한다. 미치도록 사랑한 사람과 결혼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때론 사랑과는 무관하게 나이나 상황에 쫓겨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이젠 알게 된다. 나에게 결혼은 사랑과 무관하다 생각하진 않지만, 나의 결혼은 그 타이밍 덕분에 완성되지 않았을까? 연애결혼이었지만 만난 지 3개월 만에 후딱 해치운(?) 배경에는 남편의 나이와 전략이 한몫했다. 더 이상 다른 생각하기 전에, 정신 차리고 보니 누구의 아내로 있게 만든 전략이 내 결혼의 배경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남자와 14년을 살고 보니 결혼은 연애 기간과는 무관하게 현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애하는 동안 장점이던 상대방 행동이 결혼 후에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 결혼은 참... 묘하다. 


2016년 가상의 한국엔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다. 날로 늘어나는 이혼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결혼을 하려면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게 했다. 바로 결혼면허시험인데 이는 결혼 생활이 무엇인지 사전에 인지하도록 하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 결혼이 현실임을 이해하여 향후의 이혼이나 파국을 줄이자는 의도다. 주인공 인선은 결혼 적령기의 스물여덟의 꽃 처녀다. 남자 친구가 있는 그녀는 결혼을 위해 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한다. 남자 친구와의 핑크빛 결혼 생활을 꿈꾸며, 그것이 인생 목표였던 그녀는 결혼생활학교의 수업을 통해 결혼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남자 친구 윤철과 연애와 결혼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해간다. 결혼은 결혼과 동시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충고한다. 


잘난 남자가 좋은 남편은 아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내는 내게 맞는 사람입니다. 나와 똑같은 부류의 사람이 나와 맞는 좋은 배우자인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알아야 합니다. (148)

결혼하기 전에 이미 행복한 사람만이 결혼한 뒤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기 홀로일 때도 행복했던 사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지, 홀로일 때 불행했던 사람이 결혼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178)


22년의 결혼 생활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변화시킬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내가 싫은 것은 상대방도 싫다는 것, 똑같은 행동이라도 비난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둥글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아이를 키우면서는 싸우지 않던 사람도 싸우게 된다는 것, 나와 남편이 사이좋다고 시댁 식구와 친정식구 모두가 잘 어울리는 수레바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많은 부분이 다르기에 이해 차원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게 더 빠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부부든 살면서 어떻게 행복만 할까? 이혼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살면서 그 단어를 마음속에 담은 적이 있었고, 오로지 내 인생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나를 향해 방긋 웃는 두 아이의 얼굴이, 걱정하는 부모님의 얼굴이 오버랩이 되고, 후회하게 될지 모를 내 얼굴도 머릿속에 둥실거린다. 


결혼은 지금 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고, 누군가의 인생에 숟가락 하나 올릴 수 없다. 홀로 선 둘이 만나 서로의 인생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결혼이다. 만약 결혼하기 전 이런 책이 나와 결혼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충고해줬다면 결혼 후 시행착오가 덜했을까? 결혼을 생각하고, 결혼은 꿈꾸는 남녀라면 읽어보면 좋겠다. 모두 같은 생각으로 결혼을 바라보진 않겠지만 때론 제삼자의 입장에서 결혼을 바라보는 이런 책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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