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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 날개를 달자 Nov 28. 2022

좋은 부모가 되는 것 또한 공부가 필요하고

파더쇼크 (EBS 파더 쇼크 제작팀)

대한민국은 지금 힘겨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 '행복합니다. 기분 좋습니다'를 외치기보다는 힘겨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그 무리들 중 하나가 바로 아버지 그룹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전 아빠들은 존재만으로, 나름의 역할을 했다. 그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 그런 변화 속에 가장 늦게 변하는 무리가 아버지들이라고 한다. 변화된 가정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옛날이야기만 해서 아내의 지청구를 듣는, 그래서 결국 침묵하는 가여운 사람들. <마더 쇼크>를 제작하면서 우리가 느낀 엄마들의 감정이 ‘불안’이었다면, 아버지들의 대표적인 감정은 단연 ‘혼란’이었다. (30)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무엇이 그렇게 혼란스러운 것일까? 


생각해 보면 요즈음 아버지들이 가장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그 존재 자체로 위엄이, 존중이 깔려있었다. 그게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포장된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누구도 그 권위에 도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즈음 아버지들은 다르다. 위로는 소통되지 않았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옆으로는 돈 많이 벌어오라고 닦달하고 바가지 긁는 심지어 아이와 놀아 달라 징징거리는 아내가 있고, 아래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어떤 아버지가 존경받고, 친구 같은 아버지인지 그 어떤 롤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요구가 들어온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돈이나 많이 벌어와’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아버지들 또한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어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그 상황을 무마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예전보다는 시간이 남아돌기 시작하면서 간섭을 시작한다. 누가 아빠를 그렇게 만들었고, 누구 아빠를 그 지경으로 놔둔 것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엄마도 엄마의 역할이 뭔지, 어떻게 아이를 사랑하고 가르쳐야 하는지 잘 모른다. 이 사회는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나가서 돈을 버는 것이 더 당당한 주체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아이 양육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희생을 하는 데 너는 희생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엄마도 엄마의 역할을 모르면서, 또한 아빠의 역할도 모르면서 좋은 아빠의 역할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옛날의 대가족 제도에서 자연스럽게 롤 모델이 정해지고, 배움이 자연스럽게 내려왔다면, 지금은 아빠와 엄마가 중심을 잡아야 하고 예전과는 다른 목표가, 양육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생략된 채 좋은 아빠, 친구 같은 아빠만 강조한다면 아빠들 역시 힘들기는 매한가지 아닐까? 


이런 책을 읽다 보면 결국 결론은 하나다. 아빠와 엄마. 양육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단 부모가 행복해야 그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 너무도 평범하지만 쉽게 지키기 힘든 일이기도 한 모양이다. 당신은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까? 당신은 어떤 아버지로 살고 있습니까? (표지) 나 역시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어머니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어머니로 살고 있는지?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지만 그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어릴 때, 나는 생각했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고. 다시는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지 않다고. 그만큼 힘들었고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생각한다. 지금 아니면 해 줄 수 없는 것들. 많이 해주고 싶다고. 결국 떠나야 하고 홀로서기를 해야 할 내 아이들. 적어도 유년시절만큼은 행복했고, 즐거웠고, 우리 부모를 만나 최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말을 들으려면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쉽지 않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엄마이기에 아빠이기에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는다고 좋은 부모가 될 수는 없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 또한 공부가 필요하고,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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