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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an 08. 2024

눈 온 12월 피크닉

단지 내 캠핑존

 캠핑을 시작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눈 오는 날 나가 피칭하고 난로를 펴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하루 종일 바깥에서 노는 것이었다. 어린 딸이 있는 우리 가족은 겨울에 바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딸과 내가 원하는 만큼 놀아본 적이 없는데, 바깥에 쉘터와 난로가 있다면 그만 놀고 싶을 때까지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놀다 추우면 쉘터에 들어와 몸을 녹이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다시 나가 놀고. 또 추우면 들어와 몸도 녹이고.


 12월 24일 일요일 아침에 눈이 왔다. 기온은 영상이었으므로, 눈이 오랫동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빠르게 준비해서 내려가면 잠시라도 상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내 캠핑존에 가 준비를 마치니 아쉽게도 눈은 그쳤지만 세상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내 상상 속에선 동네 아이들도 모두 나와 눈놀이를 하고, 추운 아이들은 내가 준비한 쉘터에 잠시 들어와 몸을 녹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아직 아이들은 내려오지 않아 조용했다. 





 혜원이와 나는 번갈아가며 딸을 썰매 태워줬다. 딸은 빠르지 않은 속도에도 해맑게 웃으며 좋아했다.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늘 즐겁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딸이 아기인 시간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두 감정이 함께 들었다. 최근에 나는 이 상반된 두 감정사이에서, 슬퍼할 시간도 아까우니 우리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이 시간에 집중하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며 되도록 또렷하게 기억하자라고 결론 내렸다.   





 바깥에서 한참 놀다 코가 빨갛게 될 때쯤 쉘터에 들어와 몸을 녹이며 집에서 가져온 따뜻한 물을 마셨다. 딸은 손발이 따뜻해지기도 전에 자기는 괜찮다며 나가 놀자고 졸랐지만 우리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딸의 몸을 녹여줬다. 쉘터와 난로는 내가 좋아하는 느낌을 만들어 주었고, 그 느낌 안에 우리 가족이 함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요즘 이런 대단하지 않은 소소한 순간들에 감동이 많이 되어 종종 눈물이 날 것 같은데, 혜원이와 딸에게 전보다 더 큰 감정들이 생겨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직 판단은 정확히 서진 않는다.






 쉘터 앞에서 눈사람과 눈오리를 만들고, 눈사람과 눈오리를 태워 썰매를 타고. 뻥 뚫린 공간이라 숨을 곳도 없는데 숨바꼭질을 하고. 술레 잡기를 하고 다시 들어와 몸을 녹이고. 눈이 온 덕분에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는 특별해졌다. 슬슬 눈을 녹이고 있던 영상의 기온이 아쉬웠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또 눈이 오고, 온도도 영하로 눈을 녹이지 않는다면 딸은 어린이집을, 나는 회사를 안 가고 나와 이렇게 놀 것이다. 그리고 우리 딸이 혜원이와 나랑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한 눈이 오면 늘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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