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국제 캠핑장
이맘때엔 늘 미세먼지가 심해 잘 나가지 못하거나 늘 걱정을 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맑은 날이 계속되었다. 기온까지 높게는 23도, 낮게는 13도로 적당한 날이었다. 딸이 낮잠 자는 동안 인천 송도 국제캠핑장에 먼저 가 짐들을 정리하고 자리를 준비했다. 지난달 이곳에 오기로 한날엔 비가 와 못 자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번달엔 비예보 없이 맑은 날이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혼자 앉아있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어 해질 때쯤 좋은 빛이 막힘 없이 들어온다. 책을 읽기도 하고 짐들의 배치를 다시 하기도 했다. 이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짐 챙길 때 긴장감이 떨어져 잊고 오는 것들이 많다. 이번엔 주전자였다. 가족들을 데리러 집에 가 잊지 말고 챙겨 오기로 했다.
저녁을 뭘 먹을지도 생각했다. 캠프사이트에선 복잡한 요리보다 간단한 식사를 선호해 편하게 먹고 정리할 수 있는 메뉴들을 생각했다. 혜원이와 딸을 픽업해 오는 길에 포장해 오기로 마음먹고 집으로 출발했다.
혜원이와 딸을 픽업하고, 주문해 둔 피자를 기다리는 동안 해는 졌고, 사이트에 도착하니 밤이다. 간단히 피자를 먹고 모닥불을 피워 앞에 앉았다. 날이 차가워지고 있어 모닥불 앞에서 시간 보내기 좋았다. 우리는 모닥불 앞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잠시 놀이터에가 놀기도 했다. 이런 잔잔한 시간들은 나에게 무척 중요하다.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와 함께 앉아 이야기하고 노는 딸과 편안한 마음으로 쉬고 있는 혜원이를 보는 것은 자체로 큰 힘이 된다.
요즘 혜원이와 나는 딸의 이맘때가 몇 년 지속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딸은 행동도 말도 생각도 예쁘다. 가족이 주는 이런 큰 행복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이겨내지 못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이런 행복을 유지하고 지속시킬 수 있을지를 자주 생각한다. 오래 고민해야 작은 힌트라도 알 수 있겠지만, 먼저 정신적인 건강과 육체적인 건강이 기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밤은 깊어갔다. 몇 번의 이야기들, 몇 번의 놀이터, 몇 번의 편의점을 반복하고 혜원이와 딸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혼자 모닥불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불 없이는 추울 수 있는 날씨였기에 모닥불 옆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파일드라이버의 높이를 조절해 랜턴을 눈높이로 낮추고 모닥불 옆에 앉아 책을 보려고 했다. 그때 잊고 안 가져온 게 주전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히, 딸이 놓고 간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어 한참을 읽다 장작이 모두 탈 때쯤 들어와 누웠다. 피곤했는지 금방 잠에 들었다.
아침 공기는 맑고 상쾌했다. 일어나 커피를 준비하다 안 가져온 짐을 또 발견했다. 컵이었다. 전날 포장해 온 음식을 먹을 생각으로 식기를 전혀 안 챙겼기 때문이었다. 어제 짐정리하며 주전자는 생각해 내고 컵은 생각 못한 일, 식기를 챙기지 않았는데 수저통은 가져온 일을 어이없어하며 편의점에 걸어가 종이컵을 사 왔다. 커피를 내려 마실 때쯤 혜원이가 딸을 등원시키러 출발한다고 연락했다.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 한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정리를 시작했다. 이곳에선 늘 혼자 있기 때문에 짐이 적어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캠핑 시작한 지 두 해째라 정리에 요령도 많이 생긴 듯하다. 평일인 둘째 날엔 딸은 등원하고 혜원이와 둘이 있을 수 있는 소중한 날이었다. 짐정리 후 딸과는 가기 어려운 해장국집에도 가고, 집에 돌아와 여름옷들을 넣고 가을겨울옷들을 꺼냈다. 대청소를 하고 밖에 나가 가벼운 러닝을 했다. 내가 딸을 하원시키러 다녀오는 동안 혜원이는 저녁준비를 했고 우리 가족은 함께 식사하며 하루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