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사랑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사랑하는 상대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혹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의 자유는 어디까지 긍정할 수 있을까?
자유와 사랑을 고민하기 위해선 먼저 2가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첫 번째는 사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은 여러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하나를 신경쓰면 다른 하나는 신경쓰기가 힘들다.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다면 여자친구를 신경쓰기 힘들 것이고, 내가 지금 축구를 하고 있다면 다른 것들은 신경쓰기가 힘들다. 하루종일 힘들게 일을 하고 왔다면 퇴근하고는 다른 곳에 쓸 에너지가 많이 없다. 이처럼 사람의 시간, 에너지는 유한하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하면서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내가 다른 것에 신경쓰는만큼 연인에게는 시간과 에너지를 덜 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람은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남자는 여자친구를 좋아하지만 여행, 축구, 러닝, 게임, 철학공부, 와인 등도 좋아한다. 어떤 여자는 남자친구를 좋아하지만 영화, 피아노, 미술관, 복싱 등을 좋아한다. 각자가 연인 외에도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다양한 욕망을 모두 연인과 함께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연인과 취향과 좋아하는 게 모두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함께 하지 못한다고 상대의 욕망을 모두 잘라낼 것인가? 연인은 모두 같은 욕망을 가지고 모든 걸 같이 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함께하지 못하는, 같이 해주지 못하는 상대의 욕망을 인정해줘야 한다. 욕망을 부정당하고 억누르면 필히 다른 곳으로 문제가 튀어나온다. 그러니 적절하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욕망을 추동해야 한다.
아마 균형점은 욕망과 에너지 그 사이에 있을 것이다. 나의 모든 욕망을 따르고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하면 아마 연인에게 쏟을 에너지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모든 에너지를 연인에게 집중하면 나의 억눌린 다른 욕망들이 언젠가 튀어나올 것이다. 건강한 관계는 사랑하는 연인의 다양한 욕망을 인정해주고, 내 욕망과 에너지를 적절하게 살피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연인을 소유하고 싶어하니까. 연인의 모든 관심을 내가 소유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연인의 자유, 다양한 관심사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연인이 내게 소홀하지만 않다면, 연인의 사랑이 느껴진다면 그/그녀의 다양한 욕망(관심사)을 이해해주자. 그렇게 이해받은 연인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준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더 큰 사랑을 보답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모든 욕망을 이해받는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가 경험한 다양한 세계가 서로를 더 큰 세계로 이끌어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서로를 더 큰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 이것이 성숙한 사랑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