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을때
직장인 생활백서
고등학생때는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만 가면 되는 줄 알았다. 인서울, 좋은 대학에만 가면 인생이 풀리고 행복이 담보되어있는 줄 알았다. 그 기대를 품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권에 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교때는 열심히 준비해서 취업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월급을 많이 주는게 최고의 직장, 직업이라 생각했고 그 직장에 들어가면 내 인생의 행복이 담보되어 있는 줄 알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내 적성이 무엇인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가 내 적성이 중요하다고 말해준 적도 없다. 아니면 누가 말해줘도 그냥 흘려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직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만 생각했었고 어떤 회사가 이름이 알려졌는지만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직업, 회사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게 열심히 취업을 준비해서 회사원이 되었다. 창업 4년, 현재는 직장생활 6년차이다. 큰일이 났다. 나는 운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어찌됐든 대기업에 들어왔고 투자업무를 하면서 나쁘지 않은 월급을 받고있다. 또래친구들 대비해서 상위권 월급을 받는다. 어쨌든 목표로 한 회사로 왔다. 이 측면에서는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적당한 워라벨과 복지, 월급을 받으면서 소위 안정적인 직장인 루트로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크다. 처음에는 투자업무가 재밌있을 줄 알았지만 1년정도 해보니 재미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내 적성과 맞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못했다. 다른 커리어를 생각해본 적이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그냥 멈추지 않고 그대로 쭉 달렸다. 하기싫은 일이지만 어떻게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해냈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6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쌓아둔 문제는 언젠가 튀어나온다. 하기싫은 일을 일주일에 5일, 하루에 8시간을 하는 것은 곤욕이다. 고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쉽게 무기력해지고 작은 우울증의 증세도 왔었다. 하기 싫은 일이니 당연히 성과도 잘 나오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해야 성과가 나오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평균정도의 성과만 낼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멈추지 못한 대가로 어정쩡한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생활인으로써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무, 커리어를 생각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수익이 없거나 줄어드는 것이 실제 생활영위에 타격을 주거나 심리적으로 큰 허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내가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이 뭔지를 진지하게 재대로 찾아봤어야 됐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에서 많은 에너지를 쓰면 퇴근하고 에너지가 거의 없다. 퇴근 후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만들면 된다. 집에서 누워서 의미없게 유튜브나 게임을 하는 시간을 아끼고 조금 더 힘을 내면 움직일 수 있다. 의미없는 약속들을 줄이고 주말에도 푹 쉬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게 만든 시간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관심있는게 무엇인지 계속 찾아보고 시도하는데 썼어야됐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지난 6년 간의 직작생활을 돌이켜보면 퇴근하고는 피곤하니 주로 저녁먹고 간단히 운동하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직장을 벗어난 내 삶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고민을 안 해봤던 것이다.
이렇게 6년을 보내니 나는 회사 업무 아니면 할 수 있는게 없는 바보가 되었다. 회사를 벗어나서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사실 거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회사에 완벽히 종속된 상태가 된 것이다. 내가 지금 회사를 벗어나서 돈을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것이다. '투자업무'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이 상태가 되니 회사에 갈수록 목을 매게 되고 회사에서 실적이 안 좋거나 상사에게 혼나면 쉽게 위축되고 불안함을 느낀다. 지금은 나이라도 어려서 이직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나중에 가정이 생기고 나이가 많아서 이직까지 어려워지면 회사에 대한 종속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종속이 심해질수록 더 불안해지고 삶은 피폐해진다.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니 이제야 현실이 보인다. 나는 지금 회사를 벗어나면 할 줄 아는게 거의 없다. 이대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정말 나는 회사 일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 것이다. 회사를 벗어나면 살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 퇴근 후, 휴일, 주말에 내가 관심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정말 열심히 찾고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야한다. 무기력하게 컴퓨터 앞에서, 침대에서 누워있을 때가 아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때, 체력이 있을때 움직어야 된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나중에 큰일난다. 6년동안 안 움직였던 게 지금 내게 과업으로 돌아온 것 아닌가. 그러니 지금마저 안 움직이면 나중에 더 큰일난다. 젊다고 방심하지 말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고 시간은 금방 간다.
또 실수하면 안되는 것은 또 다시 돈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그건 내가 예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직업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된다. 그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상관없다. 내 생활을 할 만큼 돈만 벌어주면 상관없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일을 했을때 괴로움이 없고, 행복하고 기쁨을 주는 일이면 된다. 그러면 더할나위 없겠다.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런 일이 내 직업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