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나는 내 미래를 알 수 없다. 내가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건 아주 가까운, 아주 적은 미래일 뿐이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잠재성을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퇴사를 앞두고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했다. 회사일만 6년동안 하다보니 지금 하고있는 말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생각이 안났다. 지금 하는 일말고 다른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머리 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들뢰즈의 철학을 배우고 예전에 나를 떠올려봤다. 맞다. 나는 사실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마주치는 여러가지 항들에 의해서 나는 무수히 많은 모습 중 하나로 생성될 것이다. 관념적인 말이 아니다. 20살때 대학에 입학했을때 나는 사업에 사자도 몰랐지만 24살부터 4년동안 스타트업을 운영했다. 스타트업을 그만뒀을때도 내가 사업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되서 두렵고 불안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대기업의 투자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 당시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해야되는 것들을 하다보니 여러 기회들을 만났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과거의 내가 무수한 새로운 항을 만나 지금의 내가 되었듯, 지금의 나는 또다시 무수한 항을 만나면 미래의 어떤 '나'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것이라도 되어있을 것이다. 無는 없다. 단지 내가 멈추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으로 되어있을 것이란 것만 알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자리에서 미래가 안 그려진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미래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가만히 선 자리에서 미래가 안 보이는 건 당연한 것이다. 마주치지 전에는 나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명확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때 불안해한다. 하지만 삶의 진실은 반대다. 미래는 원래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내가 행동하는 것에 따라 미래는 계속 바뀐다. 미래는 하나의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이다. 그러니 없는 것을 붙잡고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미래는 오늘의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하면 된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일을 충실히 해나갈때 내가 상상하지 못한 어떤 미래를 만날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건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