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유독 추운 날이 많았고 눈이 많이 내렸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한파도 많이 찾아왔고 폭설로 눈이 많이 쌓이기도 했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고 눈이 내리면 배달할 때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날씨가 안 좋을수록 도보배달은 좋은 점들이 있었다. 우선 날씨가 안 좋으면 배달료가 올라갔다. 배달 플랫폼들에서 주는 기상 보너스가 있었는데 기본 배달료가 천원씩 오를 때도 있었고 인센티브 개념으로 추가 수당이 붙기도 했다. 평소 날씨가 좋을 때 배달료가 건당 배달료가 2,500원이라면 눈이 오거나 비가 올때는 5,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사람들에겐 눈이 오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길이 얼어 위험했지만 도보배달을 하는 사람에게 눈은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눈이 오는 날에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분들이 도로로 많이 안 나와서 콜 배정도 많이 되고 일이 끊기지 않고 계속 들어오는 장점이 있었다.
도보배달을 할 때 추위도 큰 어려움은 되지 않았다. 패딩을 입고 방한모자와 장갑, 마스크를 쓰면 대부분의 추위는 막아졌다. 다소 불편한 점이라고 하면 많이 껴입으니 걸으면 몸에 열이 올라와서 덥고 땀이 난다는 것이었다. 눈이 오는 날은 등산화를 신고 나갔는데 음지의 빙판길 구간만 조심하면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날씨가 많이 추운날엔 마스크를 껴도 콧물을 훌쩍거리고 집에 들어오면 입김 때문에 마스크에 서리가 껴있기도 했지만 그정도는 애교수준이었다.
배달일을 해보기 전에는 신호위반이나 인도주행을 하는 오토바이를 보면 화가 많이 났었다. 왜 저렇게 위험하고 급하게 배달을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근데 직접 배달을 해보니 그 마음이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배달은 건수당 돈을 벌기에 많은 건들을 소화하려면 우선 배달시간을 단축시켜야 됐다. 배달단가가 많이 낮아져서 정석대로 배달을 하면 최저시급도 안 나올때가 많았다. 그나마 빨리 배달을 해서 여러 건을 처내야 시급이 만원 이상은 확보가 되니 급하게 배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요즘은 한집배달이 많아져서 배달 하나를 끝내야 다음 콜을 받을 수 있기에 다음 콜을 위해서도 지금 받은 콜을 빨리 끝내야했다. 그러니 많은 라이더들이 자신도, 타인들에게도 위험하지만 법규를 위반하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배달을 시작할 땐 음식점 들어가는 게 긴장되고 어색했다. '뭐라고 말해야되지?' '그냥 가서 음식 달라고 하면 되는건가?' '배달어플 보여주고 가져가야되나?' 처음이라 긴장되기도 하고 별별 생각이 들었었다. 첫 배달이 잡힌 분식점에 들어갔을 때 다른 기사들과 다르게 뻘줌하게 들어가서 멀뚱멀뚱 서있으니 사장님이 손님인줄 알고 자리를 안내해주던게 생각난다. 지금은 마치 프로 배달기사처럼 능청스럽게 들어가서 인사하고 내 배달 건을 찾아서 들고나온다.
배달을 처음 시작할 때 음식점과의 관계도 궁금했다. '음식점에서 배달비를 주니까 음식점이 갑인가?', '픽업하러가면 잘 보여야되나?'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배달을 해보니 라이더와 음식점과의 관계는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음식점 사장님들은 대체적으로 기사들에게 친절했고 서로 '잘 부탁한다.' '고맙다.' 라는 인사말을 건냈다. 가끔은 조리시간이 길어져 가게에서 꽤 기다려야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 기사들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거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주는 사장님도 있었다. 배달기사들은 시간이 돈이기에 기다리는 시간을 싫어하는데 사장님들이 미안해하고 작은 호의를 베풀어주면 화도 덜 나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반면에 배달기사를 하대하거나 조리시간이 길어져 기사들이 많이 기다려야되는데도 상황 설명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는 가게도 있었다. 그런 가게에 온 배달기사들은 항상 화가 나있었고 사장이랑 소리치며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조리가 끝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되는지, 늦어진 이유는 뭔지 상황 설명을 해주고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라도 해줬다면 기사들이랑 싸움은 안 날건데 매번 저렇게 싸우는 게 안타까웠다. 작은 배려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싸움을 저렇게 크게 만드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달기사들은 보통 혼자 일하기에 심심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주치는 배달기사들을 보면 대부분 전화로 친구와 통화를 하며 배달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은 매운떡볶이집 배달을 갔었는데 조리시간이 꽤 남아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배달기사 분이 오셨는데 계속 말을 걸었다. 자신이 오늘 몇시간을 배달했고 얼마를 벌었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계속 설명을 했다. 나는 피곤하기도 하고 당시 준비하던 뮤지컬의 노래 가사를 외우고 있었기에 자리를 피했다. 그러니 그 분이 따라나와서 내게 말을 걸면서 대화를 시도했다. 간단히 대답을 하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또 다시 따라와서 계속 말을 걸었다. 내가 계속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대답을 피하니 다른 기사분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배달이 하루종일 혼자 하는 일이니 사람과 대화가 그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분들도 대체적으로 기사들에게 친절했다. 요즘은 대부분 비대면 배달이라 문 앞에 두고 오지만 가끔 고객이 직접 받거나 문 앞에 두고 가려다가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객분들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해줬는데 그 말이 좋았다. 그리고 눈이 많이 올때 배달 요청 사항에 "눈이 많이 오니 조심히 오세요.", "천천히 가져다 주셔도 됩니다." 라고 써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 글을 보면 괜시리 감동을 받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언제 또 도보배달 알바를 할지 모르겠지만 한여름만 아니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하고싶을 때 어플만 키면되니 접근성이 매우 좋은 일이다. 지금은 다른 일이 있어서 꽤 오랜시간동안 도보배달을 못 하지만 언젠가 또 하게되면 글을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