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배달 알바를 하면서 느낀 점

by 강명철

퇴사 후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도보배달을 2달여정도 했다. 고정적인 알바 혹은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 하루 생활비라도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평소에 걷는 걸 좋아했기에 도보배달을 한번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생각으로는 크게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고 수입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당장은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 없었기에 하고싶을 때,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도보배달이 딱이라고 생각했다.


도보배달 특성상 하루에 많은 시간을 하진 못했다. 배달을 하려고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니기에 많은 시간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해보니 하고 싶어도 많이 할 수 일이 아니였다. 첫 번째는 체력적인 부침이었다. 2달정도 해보니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최대 2시간이었다. 그 이상 걸으니 발목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을 하고 싶어도 배정되는 주문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있는 지역은 오피스 상권이 아니라 특히 평일 낮시간에는 주문이 잘 없었고 저녁에만 콜이 좀 있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주로 점심 1시간, 저녁 1시간~2시간정도만 배달을 했다.


배달을 시작할 때 과연 수익이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나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2개 플랫폼을 모두 사용했는데 건당 배달가격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서로 달랐다. 대체적으로 배달의민족이 배달단가가 높았다. 쿠팡은 정찰제로 기본 배달단가가 건당 2,500원이었고 거리가 멀어지면 추가 금액이 200원씩 더 붙는 구조였다. 그리고 비, 눈 등 기상악화가 되면 기본 수수료가 올라갔다. 배달의민족은 정찰제라기 보다 그때그때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배달비가 달라졌다. 건당 적게는 2500원, 많게는 9,000원까지도 줬다. 평균을 내보면 대략 3,500원~4,000원사이로 배달의민족 배달비가 쿠팡보다 높았다.


오토바이 배달은 잘 모르겠지만 도보배달은 쿠팡이츠로는 최저시급을 벌기가 어려웠다. 콜에 따라 다르지만 1건당 평균 배달시간이 왕복 기준으로 20분~25분 정도 걸렸다. 부지런히 걷더라도 1시간에 할 수 있는 배달은 3건이 최대였고 시급으로 따지면 7,500원정도가 됐다. 25년 최저시급인 10,03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왠만하면 배달의민족의 콜을 잡으려고 했고 쿠팡은 배달의민족 콜이 없을때 보조 콜로 잡았다. 쿠팡이츠는 미션이라는 보상체계를 도입해서 기본 배달비는 매우 낮게주고 배달을 많이 하는 라이더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이었다. 기본 시급은 매우 낮게 주고 성과에 따라 더 주겠다는 의도였는데 도보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이 미션을 달성하기는 체력적인 부담도 크고, 그만큼 콜 배정도 안되서 사실상 달성하기가 어려웠다. 도보배달을 하는 입장에서는 쿠팡이 인건비를 줄이려는 꼼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보배달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요즘 플랫폼들이 무료배달 정책을 많이 하다보니 도보 1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도 소비자들이 배달을 많이 시킨다는 점이다. 배달하는 입장에서는 가까운 거리의 콜은 좋았지만 '원래 소비자가 내던 배달비는 누가 내는거지?'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원래 있던 비용을 없앴다면 누군가가 그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있었을 것이다. 플랫폼 별로 배달비 구조를 찾아보니 먼저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도입 이전에는 자영업자가 건당 2,900원의 배달비를 내고 있었고 소비자는 거리, 기상, 수요와 공급에 따라 쿠팡에 측정하는 변동 배달비를 내고 있었다. 이 2가지를 합쳐서 배달 라이더들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가 없어졌고 그만큼 배달기사들의 건당 수입도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쿠팡이츠의 건당 배달료가 3,100원이었는데 2,500원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비자의 배달료가 없어지면서 그만큼 라이더의 수업도 줄어든 것이다. 배달의민족도 구조는 비슷했다. 가게에서 1,900원에서 2,900원 사이의 배달비를 내면 그 배달비를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배달비가 평균 3,000원~4,000원정도였던 걸 보면 차액은 배달의민족에서 라이더에게 지원을 하는 것 같았다. 최근에 쿠팡이츠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 투자는 언젠가 경쟁이 끝났을 때 투자한 것의 수십배로 회수될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점적인 위치까지 성장하면 힘은 정말 강해진다. 플랫폼이 일정정도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독점적인 위치까지 갔다면 그 안에 있는 자영업자들, 배달 라이더들, 나중에는 소비자들까지도 다른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없어진다. 플랫폼 자체가 해당 산업에서 유일한 생태계가 되기에 플랫폼을 벗어나서는 생존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자영업자들과 라이더,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수수료를 계속 올리고, 광고비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인건비를 낮추고, 나중에는 서비스 가격까지 올리더라도 그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은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그 위치에 오르게 되면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막대한 수익을 회수한다. 혹자들은 "지금까지 많은 자본을 투자했으니, 그만큼 벌어가도 되는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플랫폼이 성장을 위해 투자를 할 시기에 이득을 본 사람과 지금 피해를 본 사람이 대부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킨집을 하는 자영업자가 플랫폼이 성장할 때 투자했던 금액만큼 이익을 봤을까? 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아닐 것이다. 그 시기에 가게를 운영 안 했을 수도 있고, 가게를 운영을 했더라도 혜택이 그 가게에 안 돌아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점적인 플랫폼은 해당 산업에서 하나의 국가같은 역할을 하게되며 그만한 권력을 쥐기도 한다. 그 권력으로 많은, 과도한 착취를 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 물론 자본주의 논리상 플랫폼이 과도하게 이해관계자(수요자, 공급자)를 쥐어짜내면 다른 경쟁사가 생겨서 이해관계자들이 이탈하여 그 위치를 내어줄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비지니스의 특성상 새로운 경쟁자가 동일한 위치까지 오는 데는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기동안 작은 이해관계자들이 착취를 당할 여지가 많다. 그러기에 정부는 독점적인 위치의 플랫폼들이 존재하는 산업은 들여다보고 플랫폼이 위치를 활용하여 공급자와 수요자들 대상으로 과도한 수익구조를 채택하고 착취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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