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둘지 말지 고민을 하던 시기와 회사를 그만두고 난 뒤에도 들었던 고민 중 하나는 과연 연애를 할 수 있을까였다. 지금 나이대에 직장을 안 다니는 것이 연애를 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연애는 대부분 지인의 소개로 서로 직장을 공개하고 만났기에 회사를 안 다니는데 과연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들었다. 이 고민은 퇴사를 결정하는데도 큰 장애물이 됐다. 지난 연애가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연애를 하고 싶었기에 퇴사를 하면 지금보다 연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줄어들 것 같아 고민이 됐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싶은데 퇴사를 하면 계속 혼자 지낼 것 같아 고민됐다. 그렇게 연애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다가 불안과 슬픔의 상태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연애에 도움이 안 됐던 게 생각났다. 싫어하는 일을 하루종일 한 뒤 전 여자친구를 만나면 그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기쁨을 주기는 커녕 내 불안과 슬픔을 그녀에게 종종 전달했었다. 내가 기쁘지 않으니 여자친구를 기쁘게 해주기가 어려웠고 안 좋은 기운들만 여자친구에게 계속 주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또 연애를 해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 보다 늦더라도 내 삶을 찾은 뒤 연애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퇴사를 한 뒤 상상을 해봤다. '만약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나는 당당하게 어필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회사를 안 다니는 것이 얼마나 위축감을 줄까?'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나도 내 미래를 모르기에 내 상태와 앞으로의 삶에 대해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 자신이 없었기에 남에게 나를 어필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친구의 글을 하나 보게되었다. 연애에 대한 글이었고 좋아하는 남자가 예쁜 여자를 좋아해서 고민이라는 질문에 스승이 해준 조언이 적혀있었다. "그러면 예쁜 여자도 만나고 나랑도 만나보라고 해요."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현재 무직상태와 확실히 정해진 미래가 없는 스스로에게 주눅이 들어서 연애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스승은 친구에게 저런 조언을 해준 것이다. 스승의 조언을 보고 '아 내가 너무 방어적이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버리는 바보같은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연애를 할 때, 그리고 삶을 살아갈 때 어떤 태도로 살아왔는지 느껴진 순간이었다.
스승의 조언은 많은 의미를 담고있었다. 먼저 상대가 나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그 상처를 온전히 내가 껴앉겠다는 자세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피하거나 상대의 마음이 확실할 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나는 너를 좋아하니 내 상처를 신경쓰지말고 너의 마음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라' 라는 것이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상대를 그만큼 좋아하기도 해야되고, 그 사람이 나와 동시에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받게되는 상처,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상처 또한 내가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했다. 왠만큼 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고통을 온전히 껴앉겠다는 마음 외에 필요한 것도 있었다. 바로 자신감이었다. '비록 너가 이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나는 다른 매력이 많다. 그러니 나 한번 만나봐라.'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저 말을 할 수 있었다. "너가 좋아하는 이상형이 나와 다르지만, 나도 분명 좋아하게 될거야." 자신감 있는 사람의 말이었다. 누군가 저 말을 듣는다고 100% 사랑에 빠지진 않겠지만 최소한 관심은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지레 겁먹고 도망가는 것보다 훨씬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이다.
나는 어떨까? 나는 저 말을 할 수 있을만큼 상처받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의 이상형이 나와는 달라도 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을까? 둘 다 부족하다. 그정도의 마음가짐과 자신감이 있었다면 애초에 걱정을 하진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그 길을 갈 것이다. 스승과 친구가 가야 될 길의 힌트를 줬으니 그 길을 갈 것이다. 사랑이 있다면 상처를 받더라도 그 길을 갈 것이고 그에 필요한 매력도 키울 것이다. 그 길을 걸어갔을 때 언젠가 나도 당당히 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