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모회사의 감사를 받았을 때

by 강명철

지난 회사에서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일이 있었다. 기간이 길지 않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일이 일어난 사건은 아니었지만, 나의 불안과 리더쉽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사건이었다.



2023년이었다. 회사를 옮긴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우리 회사는 모회사가 따로 있었는데 본사로부터 갑자기 감사를 받았다. 예전에 투자했던 회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 회사가 배임, 횡령이슈가 발생해 투자금 손해가 일어났는데 그 투자를 주도한게 우리 대표라서 뭔가 유착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본사의 의심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감사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본사 감사실에서 이때까지 진행했던 투자 관련 자료들을 모두 가져갔다. 투자를 진행하면서 절차상 허점이 없었는지 모두 확인하였으며 투자계약서도 모두 수거하여 계약서상 허점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였다. 직원들을 모두 일대일 면담을 하였는데 주로 대표를 겨냥한 질문들을 하였다. 대표가 일할때 잘못한 점은 없는지, 대표의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수사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만약 검찰수사를 받으면 이렇게 진행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달동안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가 엄청 어수선했었다. 직원들은 모두 동요했다. 대표가 바뀌는건지, 회사가 없어지는 건지, 다른 회사랑 합병되는 건지 등등 많은 소문들이 회사 내에서 횡횡했다.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회사 내에서는 꼭 처리해야되는 일만 돌아가고 있었고, 신규 투자는 거의 멈췄다. 대표는 감사를 받으니 일을 하려는 의지도 없었고, 수습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혼란스러워하는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사태에 대한 정보 전달을 하지 않고 어줍잖은 거짓말과 핑계로 직원들의 눈을 가리려고 했다. 이때부터 대표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게 되었다.


2달동안의 감사가 끝나고 우리의 예상과 달리 대표가 교체되지는 않았고 본사의 다른 임원이 공동대표로 들어왔다. 우리 대표가 투자회사의 횡령과 배임에 연류된 건 아닌 것 같았다. 다만 투자금 손실이 발생했기에 본사는 투자회사에 대한 관리부실이라 판단했고 관리 및 감시역할을 할 수 있는 임원을 공동대표로 보낸 것이다. 공동대표가 생기고, 본사의 관리가 강화되면서 실무자들은 일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투자를 할 수 있는 금액도 줄었고, 투자 절차도 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었다. 벤처투자는 업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많은 투자다. 많은 것이 갖춰지지 않은 초기기업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단점이 훨씬 많다. 초기투자는 그런 수많은 단점 혹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잘 될 수 있는 1~2가지 이유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투자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업의 단점에 대한 지적이 많아지고, 긍정적인 면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투자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더욱 그렇다. 이런 리스크 많은 기업에 왜 투자하냐? 라는 생각을 하기가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공동대표가 들어오고, 투자심의 절차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개입되면서 신규 투자는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리스크가 있지만 잘 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는 반려되고, 눈에 띄는 리스크는 별로 없지만 잘 되도 별로 크지 않을 회사들만 통과가 됐다. 수많은 투자실패에도 불구하고 한두개의 성공사례로 큰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벤처투자업의 본질은 훼손돼고, 그저 잘 망하지는 회사들에게만 투자를 하게됐다. 그렇게 회사가 조금씩 산으로 가게 됐다.




한번의 감사 경험이 많은 걸 느끼게 해줬다. 회사가 혼란스러울 때 회사 직원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얼마나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지 느꼈다. 회사가 흔들릴 때 내가 호사 주인이 아님에도 중심을 잡는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아마 그때는 회사에 대한 의존이 컸기 때문일테다. 그만둘 수 있다는, 무슨 일이 있으면 이직하면 된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없었고 지금 회사에서 잘 버텨야된다는 생각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회사를 한번 그만두어 봤기에 그렇게까지 불안해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인데. 그 당시에 나는 그런 자신감, 혹은 그런 용기가 없었나보다.


리더쉽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게 됐다. 무책임한 리더, 역량없는 리더가 조직을 얼마나 산으로 가게 하는지도 느꼈다. 마치 선장 잃은 배 같았다. 사건이 발생해도 그것을 수습하고, 구성원들을 잘 챙길 수 있는게 진짜 리더라는 걸 많이 느꼈다. 언제 다시 조직에 들어가고, 혹은 조직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위기가 왔을 때 나몰라라하거나 외면하는 리더는 되지 않겠다. 책임감있게 수습할 수 있는 부분을 수습하며 앞장서서 나아가겠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리더가 뒷짐지고 있거나, 뒤로 물러서있으면 그 조직은 금방 갈길을 잃고 와해된다. 이는 관계에서도, 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맡은 자리, 관계, 약속에서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야한다. 그래야 내 삶을 주체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고 자존감도 지킬 수 있다. 잊지말자.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야한다. 그것이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주체적 인간의 큰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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