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사할 때 조금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퇴사 당일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인수인계서를 마무리하고 개인짐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표가 메신저로 자기 방에 잠시 와보라고 했다. 대표방에 가서 마지막으로 가벼운 농담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대체로 회사 나가서 앞으로도 잘 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더니 내게 발 사이즈를 물어봤다.
"명철이 발 사이즈 얼마니?"
"저 270입니다."
"이 신발 맞는지 한번 신어봐라"
대표가 케비넷에서 새신발을 하나 꺼내서 건내줬다. 선물받은 신발인데 자기는 사이즈가 안 맞아서 그냥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잘 맞습니다."
"그래. 그거 퇴사선물이니까 가서 잘 신고 앞으로 열심히 해라"
그냥 마지막 인사하려고 대표실에 부른줄 알았는데 예상치도 못한 선물을 하나 받고 나왔다. 대표랑 가끔 농담을 하고 지내기는 했어도 선배로서 존경할 수 있는 모습보다는 안 좋은 모습을 더 많이봐서 마음을 열지 않았었다. 단지 아랫직원으로서 할 일만 하고 살갑게 대하진 않았는데 평소 통이 작은 대표가 선물까지 주니 조금은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2.
다시 자리에 와서 천천히 남은 정리를 하고 있으니 팀장이 오후에 외근을 나가야 된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명철아 아무리 고민을 해도 너한테 마지막 선물을 뭘줘야할지 모르겠다."
"에이, 안 주셔도 됩니다. 그동안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신 것만해도 충분히 받았습니다."
"그래도 뭐하나 줘야지. 퇴사하면 밥도 다 사먹어야 되니 이걸로 시켜먹어라."
그렇게 말하더니 네이버페이로 20만원을 보내줬다. 그걸로 먹고싶은 거 시켜먹거나 장을 보라는 거였다. 20만원을 받고 꽤 놀랬다. 팀장이 아무리 돈을 잘 번다고 하더라도 개인돈 20만원을 주는 건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었다. 크다면 클 수 있는 금액을 그렇게 선뜻 주는 거보고 당황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팀장님 잘 쓰겠습니다."
퇴사 후 팀장과 대표의 선물이 2가지 마음으로 남아있다. 고마움과 의아함, 혹은 신기함. 나는 두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함께 3년 가까운 시간동안 부당한 업무지시, 여러 짜증, 존경할 수 없는 모습 등을 보면서 인간적인 존경과 애착이 없어졌었다. 단지 함께 회사를 다니는 상사정도로 생각을 하며 살갑게 대하거나 마음의 문을 많이 열지 않았었다. 그런 두 명이 내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줘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회사에서 상사와 아랫직원의 마음은 다를 수 밖에 없던 걸까? 아무래도 상사는 아랫직원에게 마음 상할 일이나 서운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랬을까? 혹은 내가 3년동안 맡은 일을 묵묵히 잘 해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내가 퇴사할 때 최대한 회사 편의를 봐주고 배려해줘서 그랬을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들의 마음을 물어보진 않았으니. 그래도 처음으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경험. 마음의 크기가 서로 똑같진 않아도 좋아함과 싫어함은 어느정도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살면서 이 두 선물은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