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한 뒤 불안이 조금씩 올라올 때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퇴사를 결정하고 난 뒤부터 불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퇴사를 2주 앞두고는 아직 기상시간이 안 됐었는데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깨곤했다. 지금도 괜찮다가도 한번씩 불안이 찾아오곤 한다.
불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불안을 안 느낄 수 있을까?' '찾아온 불안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명확히 정해진 게 없는 삶,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을 선택한 삶, 남들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이제 막 시작했기에 불안은 당연히 찾아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중요한 건 불안이 찾아왔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잘 다루는 것이었다. 스승에게 철학과 삶을 배우며 익힌 좋은 방법들이 있었다.
첫 번째 방법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지금 정말 그정도로 불안해할만한 상황인가? 내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가?를 생각해봐야한다. 나는 이제 회사를 그만둔지 1달밖에 안됐고 모아둔 돈도 많이 있다. 만약 정말 불안이 커지면 다시 취업을 하면된다. 그동안 살아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어디든 취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는데 일자리 하나 없을까? 이렇게 거리를 둬서 보면 내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그렇게까지 불안해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생각이 한 쪽으로 쉽게 쏠리는데 글을 쓰면 좀 더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운동이다. 불안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계속 붙잡고 있으면 끝이없다. 작은 걱정도 계속 보고 있으면 끝없이 확대재생산되어 어느샌가 큰 걱정으로 바뀌어있다. 그래서 생각을 적당히 끊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각을 끊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헬스장에 가서 러닝을 하거나 열심히 웨이트를 하다보면 어느샌가 걱정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힘들게 운동을 끝내면 쓸대없는 걱정은 사라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몸 뿐만 아니라 정신도 건강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가 운동이다.
세 번째는 작게라도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대학교 진학 후 알바, 과외 등을 하며 용돈을 벌었고 그 이후에는 일찍 창업과 취업을 했기에 돈을 안 벌었던 시기가 거의 없었다. 아마 지금이 대학교 1학년 1학기 이후 거의 처음으로 수입이 없는 시기이다. 오랫동안 작게라도 돈을 벌면서 생활을 했기에 아예 돈을 안 버는게 적응이 안됐다. 그래서 불안도 덜고 하루에 쓰는 밥값이라도 벌기 위해 쿠팡과 배민을 통해 도보배달을 시작했다. 하루에 2시간정도 일하며 2만원 조금 넘게 버는데 큰 돈은 아니지만 이정도만 벌어도 뭔가 안심이 된다. 오늘 쓴 밥값정도는 벌었으니 큰 마이너스는 아니잖아? 라는 생각도 들고 방탕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에 최소한의 책임은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큰 수입이 안되고 하루에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지속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잠깐 공백의 시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지금 날씨에 도보배달은 엄청 춥긴하다. 따수운 복장이 필수다.)
좋아하는 말이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직장을 그만뒀다고 돈을 아예 안 버는 것도 정답이 아니고, 잠시 불안하다고 아직 여유가 있는데 다시 하기 싫은 일을 하러 일터로 돌아가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답인 것들 중에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한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했을 때 그 뒤에 있는 길이 조금씩 보일 것이다. 지금 선 자리에서 10보 뒤를 보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계속 걸어 갔을 때 10보 뒤의 세상이 내게 펼쳐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