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만나는 사람이다. 우선 만나는 사람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 회사를 다닐 땐 매일 만나는 직장동료들이 있다. 같은 팀원, 팀장, 옆 팀 사람들, 대표 등 많은 회사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나는 벤처투자자였기 때문에 스타트업 대표들과도 미팅이 많았다. 하루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반면 퇴사 이후에는 약속이 없는 날에는 만나는 사람이 1명도 없을 때가 많다. 하루에 타인과 한마디도 안 나눌 때가 꽤 많다. 분명 고독의 상태이다.
퇴사 전과 퇴사 후의 고독과 외로움을 생각해보면 차이가 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분명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때도 외로움이 있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해야될까.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교감된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해관계로 만난 관계라서 그런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보다는 그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며 연결된 관계라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도 고립감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외로움과 피로만 쌓였던 것 같다.
퇴사 이후에 삶도 분명 외로울 때가 종종 있다. 나는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외로움이 찾아온다. 그래서 눈뜨면 얼른 아침을 간단히 먹고 동네 카페에 나온다. 나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외로움이 어느새 가신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외로움이 어느정도까지 커질지, 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외로움이다.
가장 고마운 것은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함께 철학을 배우고 공부하는 친구들과 스승이 있다. 그들은 세상의 생각을 단지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쫓고있다. 매일 보거나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내 생각이 옳은지,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흔들릴 때도 묵묵히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다시금 힘을 얻는다. 소중하고 귀한 친구들이다.
고독의 상태가 단지 외로움만을 주거나 안 좋은 건 아니다. 고독의 상태는 내가 놓치고 살았던 것들, 평소에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회사를 다닐 땐 하루종일 업무에 치이니 깊게 생각할 시간과 여유가 별로 없었다. 단지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퇴사를 하니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많아졌다. 내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 앞으로 내가 후회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종종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서 세상에 대한 나만의 주관, 생각이 생기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삶, 좀 더 진정한 나의 기쁨을 따르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