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퇴사를 결정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사라진다는 것은 일반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도, 퇴사를 결정한 사람도 결국은 돈을 어떻게 할지가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 돈 문제는 정말 정해진 답이 없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필요한 준비가 달라진다. 그래서 각자 주어진 환경에 맞게 퇴사 전에 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선 쓰는 돈을 줄어야 퇴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 고정비가 높다면 퇴사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월세, 할부, 리스비 등등 기본적인 고정비가 많이 깔려있는 사람들은 퇴사를 고민할 수도 없고 퇴사를 하더라도 오랫동안 지속되기 힘들다. 전직장 동료들이 매일 지긋지긋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못 그만두는 이유는 높은 고정비 때문이다. 매월 빠르게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현실적이든 심리적이든 누구든 감당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그나마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10년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바탕으로 고정비를 최대한 줄여놨다는 것이다. 원래 비싼 차, 명품 옷, 시계 등에 큰 관심이 없었기도 했고 퇴사를 위해 보험료, 공과금, 식비 등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줄여 월 지출을 대략 120만원 정도로 맞췄다. 물론 120만원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풍족하게 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쇼핑, 외식, 지인들과의 약속 등 회사 다닐 때보다 아끼고 줄인 소비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 소비들을 줄였다고 불행하진 않다. 회사 다니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니 보복소비가 없어졌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니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었다. 하루를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넣으니 굳이 비싼 옷, 비싼 음식에 돈을 쓰며 행복을 사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함을 느낀다.
돈을 벌지 않는 삶은 분명 지속불가능하다. 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인 소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얼마를 벌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아직 좋아하는 일을 못 찾았거나, 그것으로 돈을 벌 정도로 실력을 못 쌓았다면 다른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한다. 그 시간이 쌓일 때까지 다른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한다. 그렇다면 고정비를 줄여야 '하기 싫은 일'을 최대한 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더 시간을 투자 할 수 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삶의 조건이다.
당분간은 나도 허리띠를 졸라맨 삶을 살아갈 것이다. 정말 내게 필요한 소비만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에 필요한 돈을 벌어가며 살 것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그게 직장에서 하루종일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삶보다 지금도,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행복한 삶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