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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Dec 16. 2024

정해진 것 없이 퇴사를 한 이유

"퇴사하고 뭐할거야? 이직? 대학원? 창업?"


주변에 퇴사소식을 알리면 가장 많이 들은 말이였다. 왜 그렇게 묻는지 이해는 된다. 나 또한 퇴사를 생각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것이 정해진 것 없이 퇴사를 하는 것이었다. '명확히 하고 싶은 것 혹은 해야되는 것도 없이 안정적인 직장을 나가도되나?'이 걱정이 퇴사를 생각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정해진 것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얼마나 무섭고 어떤 면에서는 무모한 일인지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 정해진 게 없이 퇴사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어떤 것'을 찾고 싶어서 퇴사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좋아하는 것을 언제 찾을지도 모르고 이것저것 해보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회사를 다니면서 찾는게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에는 이 생각으로 회사를 더 다니긴 했다. 올해 5월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으니 6개월정도는 회사를 다니면서 여러가지를 해보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하고 싶은 그 '무언가'를 찾는게 쉽지가 않았다. 우선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출/퇴근 시간까지 포함해서 하루에 11시간 가까이를 회사를 위해 써야되니 평일에는 물리적 시간이 거의 없었다. 주말 이틀만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게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시간뿐만 아니라 부족한 에너지 문제였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쓰고 오니 퇴근 새로운 시작 에너지가 많이 없었다. 주말에는 일요일이 되면 회사 생각이 종종 났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해야될 일, 지난 주에 처리 못했던 업무들이 생각나서 생활에 온전히 집중할 없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슬픔을 많이 가져오다보니 새로운 해도 기쁨으로 전환이 안되어 내가 이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구분이 되기도 했다. 이 생활을 6개월정도 해보니 회사를 다니면서 좋아하는 걸 찾는 건 정말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시간을 들여서 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돈보다는 시간과 에너지를 선택해야 시기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장기간 고민을 하다가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를 하니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졌다.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에 있고 에너지 또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많이 투입할 있다.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슬픔이 없어졌기에 좋은 기분으로 이것저것을 해볼 있다. 내가 어디서 기쁨을 느끼는지 세심하게 감정을 느낄 있다. 물론 월급이 사라진 어쩔 없다. 시간과 돈을 맞바꾼 것이기에 돈은 아껴쓰고 다른 방법으로 조금씩 버는 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은 이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10년 만에 가지는 여유이고 오히려 회사를 다닐 때보다 하루를 알차게 쓰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으로 내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를 처음으로 느끼고 있다. 언제 불안이 심해져서 다시 취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렵게 가진 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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