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명철 Dec 11. 2024

팀장에게 퇴사를 말하다

드디어 퇴사를 결정하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이미 마음을 먹었기에 최대한 빨리 회사에 말을 하고 싶었다. 더 이상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는 건 의미도 없었고 혹시나 내 결심이 흔들릴까봐 빨리 팀장에게 말해야겠다 싶었다. 우리 회사는 출근시간이 8시라 8시 되자마자 말하려했지만 너무 급한 것 처럼 보일까봐 30분정도 기다린 뒤 뒷자리에 있는 팀장에게 말을 걸었다.


"팀장님, 지금 커피한잔 가능하세요?"

"응? 커피? 그래 가능하지."


지금 회사를 2년 가까이 다니면서 팀장에게 한번도 먼저 커피를 마시자고 한 적이 없었기에 팀장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퇴사까진 아니라도 중대발표 같은 느낌은 받은 것 같았다. 우리 둘은 어색하게 4층 중앙에 있는 라운지를 향해 걸어갔다. 걸으면 실제로 1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지만 그 시간이 엄청 두근두근했다. '지금 팀장에게 말하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말고 다음에 말할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는 안 흔들릴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말을 하려고 하니 떨리는 마음이 찾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순 없었다. 6개월을 넘게 고민했고 더 이상은 같은 고민만 반복할 뿐 큰 의미가 없없다. 지금은 한 발을 떼야될 때고 1살이라도 젊을 때 세상으로 나가야했다. 잠깐 흔들린 마음을 다 잡으면서 라운지로 갔고 테이블에 앉아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저 퇴사하려고 합니다."


팀장은 어느정도 예상을 한 것 같았다. 최근에 회사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업무환경이 여러방면으로 더 안좋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기업이고 야근도 없고 안정적으로 적지 않은 월급이 나오기에 쉽게 그만두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업무에 흥미가 떨어지고 있는걸 느낀 것 같았다. 사실 팀장 본인도 회사와 업무에 대한 흥미가 나만큼 떨어져있어서 내 퇴사결정을 오히려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 명철아. 고민 많이하고 말한거라고 생각한다. 니 결정을 존중한다."


팀장은 담담하게 내 퇴사 통보를 받아들였다. 이유를 크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말리려고 하거나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 결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다니려고 하니?"

"이직을 하는게 아니라 시간 여유는 있습니다. 11월 말까지 근무가능 할 것 같아요."

"그래. 아직 여유가 있네. 일찍 말해줘서 고맙다."


팀장에게 퇴사 의사를 10월 첫 주에 말했으니 거의 퇴사 2달 전에 말을 한 것이다. 나는 이직이 아니라 뒤에 정해진 일정이 없기 때문에 사실 꽤 일찍 회사에 말을 했다. 가능하면 내 후임자가 뽑혀서 인수인계를 해주고 가서 남은 사람들 업무부담을 줄여주고 싶었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를 안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리는 신규 투자가 시작되면 보통 2~3달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심사 중간에 나가는게 업무를 더 꼬이게 만들 것이란 생각이었다.


6개월 간 고민했던 퇴사를 드디어 통보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기도 했고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말 한 마디로 끝나는 것이 신기했다. 이제 팀장에게 말했으니 대표와 팀원들, 그리고 함께 사무실을 쓰는 옆 팀 사람들도 곧 내 소식을 알게 될 것이었다. 아직 퇴사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어색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 시간정도는 견뎌내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불편한 동거가 2달동안 이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