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통보하기 하루 전의 심정이 아직 기억이 난다. 6개월정도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고 정말 퇴사가 맞는지, 지금 퇴사할 자신이 있는지 계속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 생각이 바꼈다. 어떤 날은 퇴사가 정말 말이 안되는 일인 것 같기도 했고 어떤 날은 퇴사해도 나름 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널뛰기처럼 하루하루 왔다갔다했다.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다가도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덮쳐오면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회사에서 채용사이트 '사람인'에 들어가봤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벤처투자 업무가 재미없고 하기가 싫었기에 다른 분야의 채용공고들을 쭉 둘러봤다. 내가 조금 관심이 있는 분야의 구인공고 중에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신입을 뽑는 공고는 거의 없었고 경력직은 내가 지금 쌓은 경력과는 관련이 없어서 지원할 수가 없었다. 그 공고들을 보고 '아 더 늦기 전에 퇴사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30대 중반이니 아직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더 늦어지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재미가 없어서 최소한의 노력만 하고 있었고 그래서 실력은 시간이 흘러도 별로 늘지가 않았다. 그리고 회사 업무 외에 다른 일은 할 줄 아는게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본업에서도 경쟁력이 없고 이직도 안되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맞이할 것 같았다. 이렇게 지내서는 나중에는 회사 나가면 할 수 있는게 없으니 회사의 눈치만 보고 살아가는 삶이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드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나가서 내가 좀 더 하고 싶은 일을 찾는게 장기적으로도 낫겠다는 생각으로 흘러갔다. 지금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 때문에 미뤄둔 문제가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가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를 그대로 다니는게 미래를 더 망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결론이 드니 오랫동안 고민했던 퇴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다음날에 출근해서 팀장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