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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Dec 13. 2024

고마운 전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퇴사를 하기 전에 전직장 팀원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전직장은 신입으로 들어갔기에 나는 팀에서 막내였고 내 위로는 3명의 누나들과 남자 팀장이 한 명 있었다. 2년 반 정도를 함께 보냈는데 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막내로 들어가서 실수할 때 마다  팀장에게 많이 혼났는데 그 때 마다 누나들이 잘 알려주고 같이 팀장 욕도 해주면서 위로를 해줬다. 다소 쌀쌀맞고 차가운 팀장 때문에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누나들의 응원과 위로 덕분에 그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들과 선릉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소식과 함께 나는 퇴사소식을 전했다. 


"누나들 저 다음달에 퇴사해요!"


누나들은 깜짝 놀라며 어디로 이직하는지 물었다.


"명철이 너 또 어디가니?! 이직할꺼면 딴데 가지말고 다시 돌아오라 했잖아!"


빈말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마음바뀌면 다시 돌아오라는 누나들의 말이 그날은 더 위로가 됐다.


"저 그냥 쉬면서 시간좀 가지려구요.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글을 쓰고 싶어요."

"아니 진짜야? 이직이 아니라 그냥 퇴사라고? 너 고향 내려가려고 하는거야?!"


34살, 남들은 한창 욕심을 가지고 커리어를 발전시킬 나이에 이직이 아닌 생퇴사라니. 그것도 뭐할지 정해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누나들은 그 말을 듣고 꽤나 놀라고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누나들은 퇴사를 결정한 이유를 계속 물어봤고 처음부터 끝까지 놀란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누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뒤에 일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났다. 


"누나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어요! 다음에는 백수일때 봐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누나들과는 내년 어느쯤에 보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3일정도 뒤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누나들로부터 한번 더 연락이 왔다. "명철이 혹시 이번주 금요일에 점심먹을 수 있니?"


'만난지 일주일만에 또 점심을 먹자고?' 의아하긴 했지만 좋아하는 누나들이고 퇴사 전이라 시간도 널널해서 전직장 근처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금요일이 돼서 우리는 일주일만에 보쌈집에서 다시 만났다.


"누나들 근데 뭐 때문에 부른거에요?"

"있어봐. 우선 보쌈이랑 막걸리 한병 시키고. 명철이 술한잔 해도되지?"

"네, 어차피 오후에 업무도 많이 없어서 한 잔 정도는 하고 들어가도 돼요."


그렇게 누나들이 시켜준 보쌈과 막걸리가 곧바로 나왔고 오래된 양철잔에 막거리를 따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명철아, 지난 주에 니가 퇴사한다고 했을 땐 갑작스러워서 제대로 생각을 못 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계속 걱정돼서 불렀어. 진짜 고민 많이한거 맞아? 너무 충동적으로 결정한거 아니야?"


누나들은 내가 정말 즉흥적으로 퇴사결정을 한 건 아닐까, 특별한 계획없이 한 퇴사에 나중에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서 부른 것이었다. 한 번이라도 더 말리는 사람이 있어야 다시 생각해보고 나중에 후회를 안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단지 직장동료였을 뿐이고 회사를 그만 둔 기간이 함께 다닌 기간보다 더 길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누나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차가운 세상에서 느낀 따뜻함이었다.


"누나들 괜찮아요.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퇴사고민만 6개월 한거 같아요. 모아둔 돈도 있고 씀씀이도 크지 않으니 버틸 있고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다시 취업하면 돼죠. 그러니 크게 걱정 안해도 돼요."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정한 만큼 누나들의 걱정에 흔들리지 않았고 고마운 마음과 함께 내 생각을 잘 말했다. 담담하게 말한 내 생각에 누나들도 더 이상 우려를 표하지 않고 앞으로의 길을 응원한다고 했다. 그렇게 누나들과 점심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따뜻한 마음이 차올랐다. '아, 나 전직장에서 참 많은 사랑받았구나. 좋은 사람들을 만났었구나.' 


그렇게 따뜻하게 받은 마음을 언젠가는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고마웠던 전직장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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