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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영쓴이 Jan 09. 2021

시작하는 초보 라이터를 위하여

마흔의 꿈 1. 초보 라이터를 응원합니다


 다시, 꿈을 꾸는 엄마 작가. 최근에 내린 나의 정체성이다.

요즘 나는 새로운 꿈을 꾸며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에 공동저서로 엄마들의 이야기인 ‘다시, 꿈을 꿉니다’ 책을 출간하면서 처음 글을 쓰는 데 가슴이 막 뛰었다. 육아에만 지쳐있던 '엄마'인 내가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나'로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아이와의 일상과 에피소드, 대화, 말 등을 엄마의 시선으로 엮어 글을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시들어보이기만 했던 사소한 일상이 글감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는 생생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공모전 수상, 브런치 작가 선정 같은 나름 글쓰기에 동기부여되는 일들이 연이어 생겨나면서 글 쓰는 일이 점점 더 재밌어졌다. 

‘어쩌면 나도 내 이름을 건 책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생각보다 글을 써내는 건 어려웠다. 매일 글감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글감이 있더라도 원하는 글을 전개해 내기까지는 무던한 노력이 필요했다. 쓰고 지우고,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쓰고. 그렇게 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현재의 상황에서 좀 버겁게 느껴졌다. 책상 앞에 앉아 꾸준히 글을 쓰는 엉덩이 힘이 필요했다.


 나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토끼에게 훨씬 공감하는 스타일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거북이보다는 버틸 만큼 버티며 쉬다가 막판 스퍼트를 내는 토끼가 더 나에게 잘 맞았다. 무슨 일을 우직하게 꾸준히 해내는 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늘 벼락치기로 성적을 올려왔다. 시험 일주일 전부터 벼락치기 모드로 돌입해 밤을 새우며 허겁지겁 해치우는 나를 앉혀놓고 아빠는 늘 말씀하셨다. 지금 당장 성적이 잘 나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이라고. 그게 바로 나를 발전시키고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이라고. 

지금 아빠만큼 나이가 든 나는 그때 말씀하셨던 그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습관처럼 남아있는 나의 벼락치기는 간헐적 글쓰기로 이어졌다. 어쩌다가 소위 삘(feel)이라는 게 왔을 때만 밤을 새워서라도 후루룩 써 내려가는 것 말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작가들의 글쓰기 습관을 들여다보게 되니 이게 그동안 살아온 나의 삶의 방식과 많이 다른 것을 깨달았다. 진득하게 앉아 많이 써야 하는 거다. 꾸준히 매일매일 일정량의 글을 쓰면서 글쓰기 근육을 키우고 습관을 만들어야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동안의 벼락치기 습관처럼 적은 노력을 투입해 반짝반짝한 좋은 글이 나오길 원했던 것 같다.   

   

 그래, 일단은 써보자.

 책이 나오려면 우선은 써서,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을 수 있는 두툼한 원고를 준비하는 게 먼저였다.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일단은 끄적여 보는 거다. 많이 써봐야 내가 어떤 형식의 글을 잘 쓰는지, 어떤 주제의 글을 많이 쓰는지, 어떤 표현과 방법을 즐겨 쓰는지, 어떤 상황일 때 술술 글이 써지는지...... 나의 글쓰기 색깔을 알게 될 것 아닌가. 강원국 작가의 말처럼 쓰기 시작하면 나에게도 머릿속에 섬광이 비치는 기적이 올 거라 믿고 싶다.     


처음부터 떠오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온다.
별안간 머릿속에 훤하게 불이 들어오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강원국 저) -






 글을 쓰는데 또 하나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에게 글로 유명해지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 거였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시작했다. 브런치에도 이제 몇 개의 글을 게재했다. 나도 이제 나의 글을 보여 줄 공간이 생겼다고 뛸 듯이 기뻤다.


 그런데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나를 드러내기 싫어서 그 흔한 SNS 하나 하지 않고 숨어있던 내가. 은근히 내가 쓴 글의 조회수며 '좋아요'며 댓글 수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거다.      

 처음에는 이제 작가의 꿈을 찾아 벅찬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만 했었다. 글만 쓰면 자연히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서 읽어주러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맘먹고 열심히 써서 올린 글의 조회수가 고작 한 자릿수였을 때, 생각보다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겼다.


 슬슬 내 안에 머리를 치켜드는 의문이 있었다. 밤새워 열심히 쓴 글,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이 될 수 있을까?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아야 하나? 상위 키워드와 관련된 글을 써야 하나? 내 글을 홍보하러 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나? 구독자 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하지? 블로그 강의를 한번 듣고 새로 만들어 봐야 하나?

글쓰기 말고 다른 것에 점점 신경이 쏠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반응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글이고, 피자빵도 샌드위치도 아닌 식빵과 같은 글인데......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읽는 사람이 이렇게 없는데, 나의 글이 책으로 나온다면 누가 사서 읽어줄 수 있을까? 한껏 부풀어있던 풍선이 뾰족한 바늘에 찔려 스르르 바람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늦은 밤 신나게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던 내 손이 조금씩 느려졌다.     


“엄마! 축하해~~! 엄마 직업은 이제 작가인 거지?”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배시시 웃으며 물어보던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음... 엄마가 작가라고? 그래,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엄마 직업란에 이제부터 작가라고 적을 거라는 아들의 말에 대충 얼버무리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스스로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시작하는 발걸음을 내딛는 초보 라이터, 그래도 스스로 작가라고 정의 내린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조회수가 높으면 좋은 글일까? 좋은 글의 기준은 뭘까? 

내 글을 홍보하여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최선의 목표인 것일까? 

마흔이 넘어 다시 꾸게 된 ‘작가’의 꿈.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작가가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조용한 밤 홀로 자판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내 안의 내가 이미 내게 대답해 주고 있다. 


 단단하고 높은 벽을 오랫동안 돌고 돌아 마주한, 멋진 풍경을 먼저 눈에 담으라고.(다시, 꿈을 꿉니다 中)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부터 누려야겠다. 글을 쓸 수 있는 현재의 순간에 감사해야겠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조급해 말고 길을 또 한걸음 디뎌야겠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아직은 보이지 않더라도. 찍힌 발자국을 돌아보며 제대로 길을 찾아나가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같은 길을 저마다 다르게 시작하며, 오늘도 글을 써내고 있는 모든 초보 라이터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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