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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영쓴이 May 13. 2023

누군가의 최고로 살아가기

최고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하루 종일 바빴다.

밤새 열이 난 큰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니, B형 독감이라고 했다. 

링거를 꽂아 수액실에 눕혀놓고 휴대폰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바빴다.

아이는 TV에 열중하고 있었다.

간호사가 들어오자마자 "저 여기 아파요"한다.

"정말? 어디? 간호사는 다정히 주삿바늘이 꽂힌 곳을 쓸어주며 말했다. "어머니, 이 부분 수액 들어가는 곳이라 아이가 아파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만져주세요" 

아이의 눈이 말했다. 엄마가 해줄 수 있겠어? 난 괜찮아.

몇 번 쓸어주다가 결국 다시 가열차게 진동하는 폰을 집어 들었다. 


오후에는 막내와 미술수업에 가는 날이다. 

신랑이 퇴근길에 아이를 하원시켜 와서 지하주차장에서 보기로 했다. 

늘 그렇듯 만나기로 한 시간을 못 맞추었다. 항상 약속시간이 닥쳐 일은 몰려오고 이것만 마무리해야지 하다 보면 시간을 못 본다. 신랑은 아이손을 잡고 집으로 올라왔고, 현관문을 열고 허겁지겁 나서자 니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과 마주쳤다. 


그래, 그랬다.

나는 늘 그랬다. 

오늘 하루는 더 그랬다. 


막내아이 손을 넘겨받았다.

엘리베이터가 한참 걸리겠다. 비상계단으로 아이 손을 잡아끌었다.

 "엄마, 그거 뭐야?"

가는 길에 차에서 먹이려고 작은 통에 수박을 잘라 담아왔다.

"수박"

"우와~~~~~~~~!"

아이는 금세 신이 난다. 내 얼굴도 덩달아 조금 펴졌다. 

"엄마 최고!" 하며 한 계단.

"최고" 또 한 계단

"최고오~!" 폴짝,

"최고, 최고~!" 

"최고, 최고, 최고, 최고, 최고..........."

계단마다 종알종알 최고를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지하 계단 천정을 타고 울려 퍼졌다. 

고깟 수박이 뭐라고 머쓱해했던 내 얼굴이 어느새 활짝 피어났다.

쪼그라들었던 내 마음이 부풀었다. 



이런 나라도, 최고로 만들어주는 너에게 감사해.

비록 최고가 아닌 삶을 사는 것 같아 낙담하고 있지만, 

이미 누군가의 최고인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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