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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Oct 15. 2020

8. 임신의 세계에 첫 관문은, '입덧'이야

[임산부]일기

                                                                                                                                                          

 안녕? 나는 ‘입덧’이라고 해. 어렸을 적부터 드라마에서 많이 봐 왔었지? 며느리가 밥상을 차리다 ‘우웩’하면, 꼭 시어머니가  



 “너 임신한 거 아니니?”



 하잖아. 바로 그 뻔한 장면에 등장하는 나.


 너도 한 때는 그 입덧에 대해 궁금해 했잖아.



 ‘그게 대체 뭐지?’



 임신을 한 친구들한테도 많이 물어봤었잖아.



 “대체 어떤 느낌이야?”



 심지어 너가 임신을 기다린 경우라면, 그 입덧을 부러워하지도 않았었니?



 걱정마. 이제 너도 제대로 알게 될 거야. 입덧은,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절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는 법이거든.



 아, 우선 마음부터 단단히 먹어야 해. 왜냐면, 억울한 일을 겪을 수도 있거든. 그건 바로, 임신 한번 해 볼 수 없는 남편이, 임신을 했지만 입덧을 제대로 겪은 적 없던 시어머니가, 바쁜 업무에 닦달을 해야 하는 직장 상사가, 너를 보고



 “유난을 부리는구나.”



 한 마디 말을 던질 수도 있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지. 하지만, 제대로 된 입덧의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면, 쉴 틈 없이 부대끼는 속 때문에, 그 억울함에 대해서 크게 토로할 힘조차도 없을 거야.



 우선, 너는 더 이상 너의 몸이 너의 몸이 아닌 것을 느끼게 돼. 자꾸 어딘가에 너의 몸을 기대고 싶어지지. 왜 이렇게 몸이 무거워지는지. 뱃속의 아가는 아직 한 톨의 참외 씨앗만큼 작을 텐데 말야. 이미 만삭의 임산부만큼 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몇날 며칠이고 가만 누워 째깍째깍 가는 시계 소리만 들으며 지내는, 시체놀이를 할 수도 있어.



 평생 동안 없어져 본 적이 없던 식욕이 없어진단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누구든지 임신을 한 너에게 좋고 맛있는 걸 먹게 해주고 싶지만, 정말 먹고 싶은 걸 떠나,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진단다. 참 신기한 게, 하루에 이렇게 적게 먹어도 크게 배고프지 않다는거야.



 가만, 근데 왜 체중은 줄지 않는 거야?



 그리고 이상하게 한두 가지의 음식이 계속 땡겨. 그게 너의 부대끼는 속을 달래줄 것만 같단다. 감사하게도 신이 먹을 수 있는 한두가지의 음식은 남겨 두셨나봐.



 난 그게, 오렌지랑 초코우유였지.



 그리고 정말 이상한 건, 코가 이상해진단다. 너가 그렇게 좋아하던 맛있는 음식 냄새가, 어떻게 세상에 이렇게 역한 냄새가 있을 수 있지?로 바뀌어.



“식탁 위 음식들, 모두 다 치워버려!”



 하루 종일 맛있는 것은커녕, 들어가는 것 같아 입에 한번 잘못 넣었다가 어김없이 변기통을 부여잡고 우웩우웩 속을 다 비어내게 되고. 몸은 천근만근. 하루를 산다는 것은, 어디에 기대거나 누워서



 ‘하루를 버티는 것'


 오늘 하루도 버텼구나. 그렇게 가는 하루.



 그저 궁금한 건,



 대체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그런데, 그 누구의 말도 크게 믿지는 마. 의사도 알 수없어. 너의 뱃속의 아가가 언제쯤 이 세상의 음식을 받아줄지는. 심지어 임신 기간 내내 입덧을 했다는 여자들도 있으니까.



 “제가 안 먹으면, 아가가 먹는 게 없을텐데 괜찮을까요?"



 배고플 아가를 위해서라도 뭐라도 꼭 먹어야겠다는 너의 모성. 그 정도 먹는 양으로도 아가는 건강하게, 부지런히, 무럭무럭 클 수 있다고 하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임신을 했다는 기쁨,

더 애틋해질 줄 알았던 부부 관계.



모두다 노노.



 그냥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모든 것이 힘든,

 정말 조금의 에너지도 없게 하는, 바로 입덧.



 몇날 며칠 출렁거리는 바다 위에 띄어진 돛단배를 홀로 탄 채, 온 몸이 묶인 채 정처 없이, 기약 없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야. 신랑의 스킨 냄새에 신랑을 밀어내기 바쁜 나날. 함께 앉지 않는 저녁 식사 자리. 하지만 자꾸 무언가를 권하는 신랑.



 그러다 돌연,



 "왜 입덧은 여자만 겪어야 되는 거야? 안 그래도 몸이  힘들어 죽겠는데!"



화도 나게 하는 입덧.


좀체 떼지 못하는 하루 두 알의 입덧약.

그래도 뭔가를 먹게는 해주는, 구세주와 같은 입덧약.



 "아가야, 엄마 그만 힘들게 하고, 이제 그만 엄마 먹게 좀 해줘.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거 아니니? 엄마도 지친다...."



 입덧만 아니면,

정말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임신 초기.




 그 임신 초기를, 입덧의 노예로만 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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