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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Nov 02. 2020

13. '태교 여행'

[임산부]일기

                                                                                 



나는 임신을 하기 전부터 한번씩 생각해 보곤 했다.



 '태교 여행은, 어디로 갈까?'



 누가 처음 이 여행을 만들고, '태교여행'이라는 아름다운 이름까지 붙인 걸까? 뱃속 아가를 품은 엄마가 처음으로 아가와 '태교' 라는 이름으로 함께 떠나는 여행.



 모든 것이 따뜻하고, 아름다울 것만 같은 여행 ···.



 몇 주차에 떠날지, 그때의 시간은 생길지, 배는 얼만큼 불러 있을지, 나는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걸음으로 걷고 있을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사진을 찍을지, 신랑과 손을 잡고 뱃속 아가와 함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 ··· 이미 나는 그곳에 가 있었다. 



 '태교여행' 검색!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가깝고 부담이 크지 않은 곳으로 괌, 사이판, 오키나와 등을 많이 가는 듯 했다. 하긴 신랑과 신혼생활 동안 괌과 사이판을 다녀왔는데, 한국 임산부들이 많긴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곳을 다녀와서 통과. 



 게다가, 나는 혹시라도 응급 상황에 대한 대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30주차 가까워서 시간이 났던 우리는, 갑자기 진통이라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말이 통하는 곳'이 중요했다. 그래서 해외 부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정말 아름다운 곳, '제주도'로 다녀오기로 결정.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우리는, 둘이 아닌 셋!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손을 꼭 잡은 우리 부부 둘만의, 한동안은 안녕할,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오붓한 여행을 계획했고, 그렇게 며칠 동안 태교를 함께 했다. 



 바다에 풍덩 빠져서 첨벙첨벙 수영도 하고 싶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후다닥 내려가고 싶기도 하고, 시원하게 바다를 보며 맥주 한 잔도 벌컥벌컥 들이키고도 싶었지만 ···, 



 모든 길을 '임산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여행.



 나의 재미보다는, 울아가를 먼저 생각한, 

 천방지축 활달한 내가, 



 처음 엄마로서 '조심조심'한 여행.



 '엄마가 된다는 게,


  나보다는 울아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 미리 배우게 된 여행.



 배가 불룩 부른 채로, 가슴께로까지 올라와 웨이브를 추고, 발바닥을 배 천장에 툭툭 올려놓는 뱃속 울아가와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아빠와 함께 돌아다닌,



 우리 셋의 첫 여행.



 그런데, 제주도 땡볕 하늘 아래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다 보니, 그래도 태교여행으로 제주도도 많이 올 것인데, 



 어찌 임산부는 나밖에 없다? 



 알고보니, 다들 ···, 



 숙소에서 시원하게, 편하게, 호캉스를 즐기는 

 그야말로 '태교'여행을 했던 듯. 



 그런데,

 사랑이엄마 혼자서 땡볕 아래 열심히 돌아다녔다니 ···. 



 '뱃속 아가야, 엄마 운동 열심히 했으니, 튼튼하게 태어나렴!'



 그래도 제주도 땡볕 하늘 아래에서, 홀로 짐 실어나르고, 같이 만삭 사진 찍어주고, 나의 손과 발이 돼주어, 취기 오른 밤에도 나와 울아가를 지켜준



 신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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