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이제 엄마 Nov 03. 2020

14. 어느덧 '만삭 임산부'


'오늘일까?'



 ······.



 마치 임신 기간에는 시계 하나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임신 '초기'는 '느릿느릿' ···,

 그러다 20주가 지나 임신 '중기'에 들어서면

 시간이 제법 '후다닥' ···,

 그러다 10개월에 들어서 '만삭'이 되면,

 다시 느릿느릿 아니,



 그때는 시간을 하루하루 '재고' 있는다.



 내 시계는 언제 멈출지를 모르니?



 드디어 왔다!


 무사히 왔다!



 언제부터 아가가 세상에 나와도 살 수 있을지를 알고 싶어 일찍부터 찾아 본 정보에, 요즘은 25주만 돼도 아가가 무사히 태어난다고는 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놓여져 온 마음 ···.



 그래도 처음부터 걱정 없이 건강한 아가를 만나려면 기다려야 되는,



 막달 10개월, 37주.



 "이제부터 아가는 아무 때나 태어나도 됩니다."



 그간 얼마나 기다렸던 말인가.



 의사의 그 말 한 마디가



 '순산할거에요!'라는 말로 들렸다.



 '두근두근 ···,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경부길이를 잰 의사가 말했다.



 "이제 뛰어다녀도 되겠어요. 경부 길이가 길어요. 자궁문도 아직 꽉 닫혀 있고. 운동하면 아가가 밑으로 내려오는데 도움이 될테니, 운동하면서 꾸준히 체중 조절 하세요."



 가까이 왔다.



 손 내밀면 닿을 곳만큼 우리 아가가 다가와 있다.



 임신 기간 내내 했던,

 '오늘은, x주 x일' 세는 놀이가

 지금까지는 올라가기 위한 카운트였다면,



 이제는 '멈추기 위한' 카운트로 바뀌고 있었다.



 두 발과 손이 퉁퉁 붓고, 두 다리는 울퉁불퉁한 셀롤라이트에, 피부엔 여드름이 올라오고, 정말 딴딴한 배가 너무 무거워 걸어다니는 것도 허리에 무리가 가고 있었다. 누워 잘 때는 이리저리 누워도 자세가 편하지가 않고,



 가만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



 게다가, 이제는 태동의 파워가



 '와···'



 한번씩은 대체 아가가 어떻게 움직인 건지 돌덩이가 뱃속에서 쿵쿵 움직이는 듯 했다. 걷다가도 갑자기



'으억!'



 하는 순간들이 잦아지는 임신 막달 ···.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제발 이제 빨리 나와라.'



 아가를 곧 만날 거라는 설렘과 기쁨보다는, 하루하루 이 무겁고 힘든 몸뚱이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이 앞섰다.



 그래도 막달 처음엔, 세상에서의 하루보다 엄마 뱃속에서의 하루가 아가에겐 더 좋다기에,



 오늘 하루만 더 품고 있고픈 애틋한 마음도 들었건만 ···,



 배모양을 보니 아직 멀었다는 둥의 주위 어르신들 말씀과, 38주, 39주를 지나면서도 내진을 한 의사가 딱히 아무 말도 없을 때,



 '아, 이건 오래가겠구나.' 싶은 예감이 딱 들었다.



 점점 다가오는 예정일. 마음은 조급해도지건만, 너무 평안하게 내 뱃속을 지키고 있는 울아가.



 "울아가, 이제는 나올 때야. 나와야 된단다."



 하지만 ···, 묵묵부답.



 너무 신나고 재미있는 엄마 뱃속에서의 발차기 놀이.



 38주, 39주 적당한 때에 진통이 와서 자연분만으로 순산했다는 산모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기다리고 기다려봐도 아무런 신호가 없으니 ···.



 진통을 촉진해 보겠다고 계단을 오르내렸다가 괜히 허리만 더 아프고, 빨리 걷기를 하며 산책을 해봐도 괜히 다리만 더 아프고 ···.



 배는 점점 더 불러와 몸은 점점 더 힘이 드는데, 나에게는 좀체 오지 않는 출산임박의 신호라는 '진통'.



 잠 못드는 밤, 괜히 다른 임산부들의 출산기들만 검색해 읽으며,




 '진통'이란 과연 무엇일까?



 진통이 오면 어떻게 하지?



 신랑을 깨워, 그리고 출산가방을 들고, 아 얼마나 아플까? 진통은 몇 시간이나 계속될까? 아가를 만나면 얼마나 가슴이 벅찰까?



 몇번이고 시뮬레이션 해보는 내 출산기.



 그러나 나는 기어이,



 40주를 지나고 있었다 ···.



 출산 어플은

 '이제 곧 만날거에요.'에서 멈췄다.



 '이제 곧'이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그토록 열달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었던 예정일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리다니······.



 그렇게 울아가를 만나는 날이 계속 늦춰지고 있으니, 나중에는 살짝 우울감이 스치기도 했다. 게다가 ···,



 나는 ···,

 일주일을 계속 가진통만 앓았다는 ······.



 자궁문이 단단해도 너무 단단한 거 아냐?



 철벽자궁 ······.



 '그래도 진짜 진통이 오긴 오는 거고,

나오기는 나오는 거지??'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태교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