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있을까?
이삿짐을 풀고 동네에 와서 제일 먼저 처리해야 했던 일은 집에 전기와 가스 신청하기.
그리고 아이 학교 등록하기.
여기 오기 전에 정착 서비스(먼저 오신 한국 분들이 집 구하기부터 필요한 모든 업무들을 도와주시는 것)를 받을까 직접 해볼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집과 차 구입만 도움을 받고 나머지는 직접 해보기로 했다.
캐나다는 이사를 들어올 때, 전기와 가스 계정을 오픈하고 이사를 나갈 때 다시 해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전기의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가스는 시청에 직접 가서 신청하는 편이 낫다고 해서 시청에도 방문했다.
가스 사용을 위해 신분증을 제출하고 약 150불인가 디파짓을 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언제든지 전기와 가스 사용량도 중간중간 체크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느리고 아날로그 방식인 듯 하지만 정확하고 편리한 부분들도 많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남편의 색약 이슈로 인해 미뤄졌던 면허증도 발급받았다! 다행!
운전에 문제는 없지만 검토하고 검토하고..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애가 탔지만 결국 잘 받았다.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면 언젠가 연락이 오고... 결국 처리는 된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들이 빨리빨리 처리되니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조금만 지체되어도 조바심이 나곤 했는데 여기에 지내며 내려놓게 되고 느려도 결국엔 된다는 믿음이 있으니 기다릴만하다.
아이를 학교에 등록시키려면 필요한 서류들이 꽤나 많다.
막막했지만 정착을 도와주시는 분께 넬슨 교육청 이메일을 받아 한국에서 미리 메일을 보냈었다. 바로 다음 날, 국제학생 담당자에게 장문의 메일이 왔다. 아이가 어떤 비자로 입국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서류들을 자세히 안내해 주셨다. 우리는 내가 학생비자이니 아들은 방문자 비자로 캐나다에서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요구하는 서류 중 하나는 출생증명서인데... 우리나라는 출생증명서가 따로 없어서 아이 기준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를 묶어서 영어로 번역하고 공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바삐 준비해 온 덕분에 무사히 서류들을 준비하고.. 10가지는 족히 되는 서류를 이메일로 첨부해서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담당자가 몇몇 파일이 확인이 어렵다며 직접 와달라고 했다.
넬슨은 작은 도시라 집에서 차로 10분 남짓 달려 고등학교에 도착. 교육청 담당자분이 이곳에 있다고 하여 방문했다. 두근두근...
비자를 받을 때, 이후로 신청을 무사히 해야 아들이 학교를 갈 텐데 괜히 걱정.....
입구가 어디인지 잠시 헤매다가 들어갔는데...
나의 걱정과 달리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직원. 준비한 서류를 촤라락.... 내미니 잘 준비해 온 덕분에 쉽다며 좋아하셨다.
살짝 긴장한 아들에게 농구, 사진, 스키, 보드 등등... 학교에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으니 기대하라고 말씀해 주시고..
나는 아들이 영어를 잘 못 해서 걱정이라니 걱정 말라며 여기서 다 도와줄 거라 하셨다.
캐나다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프로그램이 학교마다 있어서 능숙해질 때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제는 나만 걱정하면 되겠다 싶었다.
이렇게 학교까지 무사히 등록하고 한결 가벼워진 내 마음.
요즘 하루 일과 중 하나가 아침에 일어나 동네 산책하기.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아파트가 많아 형태도 구조도 비슷한데.. 여기는 집도 마당도 정원도 제각각. 다른 사람들은 마당을 어떻게 꾸몄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밤에 보면 예쁜 알전구로 반짝반짝 꾸며놓은 집도 있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떤 풍경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한국에서도 산책을 참 좋아했는데 늘 미세먼지 걱정으로 앱을 확인하고 나가곤 했다. 공기가 안 좋은 날은 영락없이 맑은 콧물이 나고.. 목이 칼칼해서 병원에 자주 갔는데.. 여기 온 지 한 달쯤 되었는데 우리 셋 다 비염을 잊게 됐다.
캐나다에 오면 조깅을 꼭 해봐야지 했는데.... 우리 동네는 언덕이 많아 걷는 것도 헉헉대게 된다..
언젠가는 조금씩 뛰어볼 수 있는 체력이 되기를.
다운타운에 가면 많은 가게들이 있는데 그중 멋진 소품들이 보여 들어가 보니 갤러리 겸 판매를 하는 가게였다. 고가의 그림과 가구들
그리고 넬슨에는 100년이나 된 집도 있고 오래된 집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살면서 직접 보수를 하고 집을 가꾸며 오래오래 사는 것 같다. 인구 유입이 되면서 여기도 새 집들을 꽤 짓기 시작하는 것 같다. 우리 집도 옆 집에 주인이 살고 있고 그 분이 터를 사서 작년에 지은 집이다. 옆에 공터가 하나 더 있는데 2년 후쯤에 또 집을 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모델 하우스처럼 지어진 집을 판매를 위해 구경할 수 있게 오픈해 둔 곳이 있었다. 마트에 가다가 우리도 구경하러 들어가 보았다.
호수 뷰로 큰 규모의 타운 하우스가 지어져 있었다. 이미 몇 집은 판매가 되어 살고 있고 여러 집이 남아있었다. 가격은...... 원화 기준 9억 5천9백만 원 정도.
캐나다도 집값은 한국과 비슷하기도 하고 밴쿠버나 토론토는 많이 비싸다.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게 멋진 영화 속의 집이었다.
날씨가 화창하던 날, 벼르던 카약을 타러 갔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Lakeside Park에 가면 큰 호수가 있고 가족 당, 40불을 내면 3시간 동안 카약을 빌려준다.
겁이 많은 아들도 혼자 씩씩하게 3시간 가까이 신나게 노를 저었다.
해가 지면 집 근처가 칠흑같이 어두워져서 나갈 생각을 안 해 봤는데... 다운타운은 어떤 풍경인지 궁금 해져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서봤다. 다운타운이래 봐야 걸어서 15분쯤 걸으면 메인 스트릿이 나온다.
오호.... 밤인데도 훤하다!
한국에서는 밤에도 즐길거리가 많은데 캐나다는 6시면 대부분 문을 닫고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라고 하는데... 넬슨은 그래도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들이 몇 군데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나 칵테일을 한 잔씩 앞에 두고 삼삼오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캐나다를 지루한 천국이라고 하는데 나름 즐길거리가 소소하게 많은 동네 넬슨이 참 마음에 든다.
다음 날 새벽. 1주일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요가 수업을 듣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요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운동을 한지 오래되어 몸이 무겁기도 하지만..
요가원에 가는 것도 나에게는 도전 중에 하나다. 낯선 곳에 혼자 차를 몰고 가보고..
새로운 사람들과 땀 흘려 운동하는 기분이 새롭고 뿌듯했다.
첫 수업이 새벽 6시고... 난도가 있는 아쉬탕가 수업.. 게다가 90분... 길다...
갈까 말까 출발 전까지 고민하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도전!
큰 맘먹고 6시에 왔는데.. 문이 닫혀있다...
5분쯤 지나니 어떤 남자분이 오셔서 문을 열고.. 알고 보니 그분도 수강생. 선생님은 30분쯤 지나서 오신단다..
오잉.... 뭐지?
아쉬탕가 시퀀스가 늘 헷갈려서 나 혼자는 해본 적이 없는데.. 왜 안 가르쳐 주시지?
남자분이 나에게도 필요하냐며 종이를 한 장 주시고.... 이걸 보면서 연습하신단다.. 감사합니다 ㅠㅠ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남자분과 가볍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셔서 서울이라니 공항은 안다고 하시며 웃었다. 일본에 가 본 적이 있고 인천공항은 경유만 해보았다고.
본인은 일본어는 좀 할 줄 알고 딸은 한국어를 조금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면 K-POP을 좋아해서! ㅎㅎㅎ
조금 지나니 흑발의 동양적인 느낌의 선생님이 오셨다.
알고 보니.... 혼자 수련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선생님이 옆에서 도움을 주시는 수업이었다.
한국에서는 순서를 기억할 생각도 안 하고 선생님 따라서 운동하기 바빴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선생님이 매의 눈으로 나의 어떤 부분이 약한지.. 몸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알려주며 자세를 잡아주셨다. 내 몸의 밸런스를 파악할 수 있는 보람차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부드럽고 강인함이 느껴지는 멋진 선생님 Stacey. 여기에 이사를 왔다고 하니 옆에 남자 수강생도, 선생님도 매우 흥미로워하셨다. 공부를 하러 왔고.. 넬슨이 아름다운 동네라고 말하니 좋은 동네라며 극찬하시는 남자분 ㅎㅎㅎ 한국에서 여기 오기 전, 넬슨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궁금했고..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반가워하고 많이 써 달라고 하셨다.
이후로 1주일간 하루에 두 번도 가고.. 매일매일 알차게 수업을 들었다.
규모는 작지만 Stacey는 요가에 진심이고 좋은 수업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게 전해졌다. 덕분에 하타, 명상, 빈야사, 아쉬탕가.. 골고루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명상은..... 역시나 어려웠다... 게다가 듣기 평가까지 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졸음이 오고...
쉽지 않았다.
아쉬탕가는 90분간 매트가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한국에서 다니던 요가원에서 하던 아쉬탕가와 아사나 챌린지 (피크 포즈에 도전하는 수업) 두 가지를 한꺼번에 했던 강도 높은 수업.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어려운 동작에 서로 땀 흘려 도전하고.. 누군가 성공하면 손뼉 치며 기뻐해주는 분위기가 같아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도 한국에서 꽤 몇 년간 요가를 하고 근력에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여기 사람들은 더 근력이 좋다. 나는 헉헉대며 따라가기 바쁜데 다들 잘한다... 그리고 다른 점은 매 수업마다 남자 수강생이 반은 된다. 한국에서 내가 다니던 요가원에서는 가끔 1명 정도 있을까 말까였는데..(요즘 그래도 전보다 남자들도 요가를 하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오지만 시작 전에 선생님이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라는 말에..
어떤 남자분이 ‘나는 테디 베어랑 따뜻한 우유 한 잔~챙길래~’라고 농담하며 유쾌하게 시작 ㅎ ㅎ
이렇게 1주일의 체험 수업은 끝나고...
당장 다음 주 수요일부터 학교에 나가게 된다. 적응을 하고 스케줄이 확정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작지만 알차게 구석구석 즐길거리가 많은 동네 넬슨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