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츠포드를 뒤로하고 이제 본격 캐나다 고속도로 타보기 시작!
아보츠포드 숙소에서 보였던 설산
여기서 우리 동네 넬슨까지 6시간 30분 소요.. 530km 달려가야 한다.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430km인데 ㅎㅎ 그보다 100km를 더 가야 한다. 한번 가보자...!
뜨거운 해가 쨍쨍.. 팔토시는 필수.. 주변에 엄청난 규모의 산과 큰 나무들이 계속 펼쳐진다.
캐나다 도심 같은 경우, 키지지나 페이스북 등등 여러 사이트에서 집을 구할 수 있지만 시골마을의 경우에는 그런 루트로 렌트할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직접 해보려고 집들을 검색도 해봤지만 거의 매물이 올라온 게 없었고.. 결국 그곳에서 정착하신 한인 분들의 도움을 받아 집을 구했다.
그분들이 조언해 주시길, 중간지점인 오소유스라는 도시에서 쉬고 기름도 채우고 와야 한다고 하셨다(캐나다 고속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지면 그것보다 후덜덜한 일도 없다.. 산으로 둘러싸여 중간중간 핸드폰이 안 터지는 지역이 나온다. 그래서 차에 내장된 네비를 쓰거나, 구글맵을 다운로드하여둬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오소유스.
오소유스는 BC주에서도 남쪽, 미국국경과 가까운 지역인데 사막에 둘러싸여 있어서 척박한 산들이 눈에 띄고 무척이나 뜨거웠다.
캐나다가 얼마나 넓은지 새삼 실감... 같은 주 안에서 이동인데 기후가 이렇게 다르다고??!!
시원하고 청량했던 BC주 서쪽 끝 밴쿠버와 대략 10도가 차이가 났다.. 대단하다...
구글평을 보고 들어온 피자가게.. 들어서니 테이블이 하나.. 다시 나갈 수도 없고... 그래도 피자맛은 역시 최고!
기름도 채우고.. 배도 채울 겸, 구글평을 보고 피자가게에 들어갔다.
사장님은 이태리분인가? 터프한 근육질에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 아저씨.. 우리를 무척 반가워하며 메뉴를 추천해 주셨다.
가게가 너무 허름해서 밖에 더 큰 가게를 갈걸 잘못 들어왔나 나는 후회했지만..
오~~!! 피자는 정말 맛있었다!
피자값을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우리에게 다음 일정이 뭐냐고 물으셔서.. 우리는 넬슨으로 간다고 하니, 아름다운 동네라며 잘 안다고 하셨다.
그곳에 몇 년 지내러 간다고 하니, 무척이나 반갑게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본인은 이란사람이고.. 20여 년 전에 캐나다로 왔다고 하셨다. 이란에서 의학을 공부했지만 여기와 서는 피자맨을 하고 있다고..
그래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셨다. 왜냐면 아저씨가 이민을 오고 나서 모든 가족들이 다 이민할 수 있게 도와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잘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셨다. 돈은 도구일 뿐,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며.. 살 수 있는 정도로 벌어서 사는 지금이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하셨다. 이제 막 캐나다에 도착한 뉴커머인 우리를 보니 많은 말씀을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ㅎㅎ 그 뒤로도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다리 아픈데…^^;;;
옆에 있던 아들에게도 잘 왔다, 여기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좋은 말씀을 ㅎㅎ
워낙 다양한 인종과 다수의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라 그런지, 인종은 달라도 무언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20여 년 전 그 시절에, 타국에서 영주권을 위해 애쓰던 날들이 얼마나 고단하고 외로웠을까..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연히 들어간 허름한 피자집이었지만 훈훈한 마음으로 힘내서 다시 즐겁게 출발!
날씨는 더웠지만 휴양지처럼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카약도 타고, 배도 타고, 수영도 하고... 바다인 줄 알았지만... 이것은 호수!
푸른 호수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오소유스를 뒤로하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매년 8월 더위가 오면 마르고 건조한 오래된 나무들에서 자연발화로 인해 산불이 캐나다 각지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2년 전 캐나다에 여행을 왔을 때는 8월 말에서 9월 초.. 그때는 산불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걱정 없이 여행했었는데..
알고 보니 거의 매년 8월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게 더 크게 와닿았다..ㅠㅠ
우리가 갈 동네 넬슨, 캐슬가 근처에도 큰 불이 나서 공기질이 아주 안 좋고.. 도로상황을 잘 체크해야 했는데..
다행스럽게 우리가 가는 길은 통제되지 않아 그나마 돌아가지 않아도 됐다. (돌아가면 9시간 이상..)
다행이지만 조마조마했던 마음...
이쪽은 이렇게 평화로운데..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때까지는..ㅜㅜ
쭉쭉 뻗은 고속도를 계속 달리다 보면 속도가 120킬로여도 체감은 80킬로 정도 되는 느낌이었다. 차도 많지 않고 직선도로를 계속 달리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여기서 운전할 때 주의할 점은, 급 커브 길이나, 오르막 내리막 길이 있어 너무 속도를 내지 않고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가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주로 1차선, 2차선이었고 1차선으로 달리다가 점선이 나오거나, 2차선으로 바뀌면 추월을 할 수 있었다.
건너편에 차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하면 안전하게 1차선에서도 추월. 2차선이 나오면 차선을 변경해서 추월하는 심플한 시스템..ㅎㅎ
여기 사람들은 서로서로 신고하지 않아도 규정에 맞게 여유롭게 운전하는 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교통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블랙박스로 서로 신고를 하고 포상이나 범칙금을 받기도 하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다고 한다.)
앞에 큰 트럭이 있어서 속도가 안 나도 그냥 그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천천히 달리다가 추월이 가능한 차선이 나타나면 그제야 추월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운전은 꽤 오래 했지만, 외국에서의 운전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길이 막히지 않으니 운전에 대한 피로도가 낮고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남편과 번갈아 가며 운전하기.
그렇게 도착한 우리의 숙소 제넬이라는 동네 드디어 도착.
제넬이라는 동네에 숙소를 구한 것도 사연이 있었다 ㅠㅠ
우리는 4월쯤 미리 렌트할 집을 구하고 마음 편히 있었는데..... 7월을 이틀쯤 앞두고... 집주인이 집에 들어올 사정이 생겼다며 일방적 계약 취소 통보 ㅠㅠ(대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없다는데 소도시라 그런 듯하다..ㅠㅠ)
우리는 8월 1일에는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ㅠㅠ 날벼락이었다.
너무 당황스럽고 화도 나고 믿을 수 없었지만.. 화만 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ㅠㅠ 나라를 이동해서 사는데.. 이보다도 더 다양한 일들이 우리 앞에 있을 수도 있으니 침착하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착을 도와주시는 분께 물어보니.. 9월에나 입주가 가능한 집들이 나오는 시기라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대답..ㅠㅠ
급한 대로 8월에 묵을 에어비앤비라도 구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동네 넬슨은 너무 비싸고... 캐슬가에는 가능한 숙소가 2개밖에 없지만 가격대비 너무 마음에 안 드는 집들이라 돈이 너무 아까웠고...ㅠㅠ
결국 캐슬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더 작은 마을 제넬이라는 곳에 가격과 컨디션이 괜찮은 집이 있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1달 예약... 불필요하게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어서 속상했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편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행인 거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1주일이 지나고.. 2주 차에 접어들던 어느 날.
여태까지 본 집들 중에 넬슨에 마음에 쏙 드는 집이 나타났다. 땅콩주택처럼 작고 아담한 집이지만 처음부터 가고 싶었던 동네 넬슨이고, 지은 지 1년 된 신축 2 bed, 2 bath 2층짜리 집이었다.
문제는 그 집도 세입자가 갑자기 나가게 되어 나온 매물로, 8월 1일부터 입주해야 했고 경쟁자가 꽤 있다고 했다.(캐나다에서 집을 렌트하려면 매물을 보고 마음에 드는 집의 집주인한테 세입자들 신상에 관한 서류들을 보낸다. 가족 여권, 재정 증빙 서류 등. 그럼 집주인이 들어온 서류들을 확인해서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집을 렌트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 지역에 부쩍 한국인들 및 이주민들이 늘어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는 에어비앤비가 취소 불가였는데ㅠㅠ
집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8월 15일부터 입주해도 괜찮은지 물어봤고, 에어비앤비는 취소가 불가였지만 또 사정을 설명하고 15일까지만 묵는 걸로 조정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스럽게도..!
결국 조정이 가능해 우리는 15일까지 제넬 에어비앤비에. 15일부터는 넬슨에 있는 우리 집으로 드디어 들어간다.
이만해도 다행이다..
집도 마음에 들어서 좋은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속 끓여도 앞 일은 알 수 없고.. 미리 너무 걱정하지 않고 내려놓은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생각됐다.
궁금한 캐슬가와 넬슨은 내일 둘러보기로 하고.. 오느라 살짝 긴장도 되고 피곤했던 몸을 누이고 푹 쉬었다
드디어 도착한 깡 시골.. 제넬에서 본 밤하늘. 반짝반짝 별들이 참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