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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Feb 16. 2021

많이 읽고, 많이 들으면 영어 말문이 터질까요?

[성인 영어 스피킹의 왕도?]


[케이크 여왕] 당장 저 사기꾼을 감옥에 처넣어라!


[자칭 다이어트 전문가] 여왕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옵소서!


[케이크 여왕] 시끄럽다! 빨리 끌고 가!


[자칭 다이어트 전문가] 여왕님, 여왕님, 여왕님!


[케이크 여왕] 아니, 이 몸 하나 관리해 주지 못하면서 무슨 다이어트 전문가라는 거야? 그나저나 밸런타이 데이 대국민 연설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쩌지?


예전의 날씬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지금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텐데....


어머, 스트레스 받으니 당 떨어지네. 뭘 좀 먹어야겠어.


스트레스 받아서 당 떨어졌다던, 케이크 여왕입니다.


위의 대사는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 시즌 1의 31번째 에피소드, <케이크 여왕의 다이어트>의 일부입니다.


위의 내용을 영어로 말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직 학습을 논하기에는 어린, (모국어를 받아들인 방식과 유사한) 습득을 기대해볼 수 있는 영유아기~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영어 만화를 영어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으로, 아이 스스로 언어 자극과 의미를 연결 짓도록 할 수 있습니다.


가령, 6.5세에 영어 노출을 시작한, 현재 제 7세 딸은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데도,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면서 웃어요.


Q. 제가 해당 영어 단어를 알려주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Q. 그럼, 이 아이가 영어를 이해했을까요?


아니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영상을 본 후, 이해도 확인 테스트를 거쳤다면(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요? ㅎㅎ), 세부내용 일치 불일치, 추론 영역 등에서 fail의 점수가 나왔을 겁니다.


Q. 이해하지도 못 했는데, 영상을 보면서 웃는 게 가능한가요?


아이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1차원적이고 단순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가며 빵빵 터지는 웃음을 터뜨려요.


그런데, 전체 내용을 아예 이해하지 못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난 후, "OO아 재미있었니? 저게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물어보면, 디테일하게는 아니지만, 전체 줄거리를 대략 저에게 설명해 줍니다.


Q. 어른도 이렇게, 해당 언어의 노출만으로 영어 습득이 가능할까요?


이 방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잠깐 제 남편(대한민국 평범한 영어 학습자 대표) 얘기를 할게요. (남편아 미안~)


10분짜리 영어로 만화 영화를 보면서, 제 딸은 내용을 몰라도 깔깔대고 웃는 반면, 남편은 웃지 못해요. 모르는 단어, 표현이 나오면 끊임없이 알고 싶어 하고, 모호함에 대한 관용(영어 교육학에서 말하는 ambiguity tolerance)이 부족해요.


이런 제 남편에게 무작정 영어 만화, 영어 영상, 영어 원서를 읽게 하고, 무조건 많이 말해보라고 하면 영어가 늘까요?


물론, 아예 안 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요. 그러나, 매우 비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성인 학습자는, 아이가 갖지 못한 장점이 많아요. 뛰어난 인지 능력과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 장점들입니다. 성인 학습자의 영어를 위해서라면, 충분한 인풋에 더해, 이 장점을 살려 주어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김성우 저자의 <단단한 영어공부>라는 책에도 언급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습득/학습의 이분법이, 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EFL인 우리나라 환경에 백 퍼센트 적용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레 습득이 되는 경우도 있고, 습득 과정에서 의식적 노력으로 학습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단, 일반적인 경우에서 어느 정도의 연령을 기준으로 외국어를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무엇이 문제일까요?


무작정 영어 노출만 시킨다고, 그것이 스피킹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아요. 많은 원서를 읽고, 많은 듣기를 했어도, 성인 학습자라면 스피킹이나 작문에 있어서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요. 들은 만큼, 읽은 만큼 내뱉을 수 있다면, 왜 대한민국 성인의 새해 결심 TOP5 안에 항상 들어가는 것이 '영어공부'일까요?


input,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인 학습자라면, 충분한 input,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Q. 영어 스크립트를 보면서, 분석해 보는 과정은 어떨까요?


우선 스크립트 분석도 input의 일환입니다. 분석 과정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분석에서만 끝나면, 자칫, 표현 학습 및 독해 공부에 지나지 않을 수 있어요.



Q. 그럼, 필사는 어떨까요?


필사도 나의 언어가 아니라, 타인의 언어를 눈으로 보면서 필사한 것이므로 input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필사의 과정은 분명 텍스트를 꼼꼼히 읽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눈으로만 봤을 때보다, 손으로 적어 가면서 읽으면, 놓치기 쉬운 영단어/숙어의 용례, 영어 문장, 문단 구성 방식 등이 체화될 수 있어요. 그러나 역시, 베껴 적기 단계에서만 끝날 우려가 있습니다. 영어로 글쓰기, 영어로 말하기의 이전 단계로서는 도움이 되지만, 여기서 끝낸다면 부족한 점이 있지요.


필사가 하지 못하는 것

작문은 필사보다 훨씬 많은 요소를 포함합니다. 필사한다고 글 전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흐름은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어디에 대화를 배치하고 어디에 묘사와 설명, 독백을 넣을 것인지 등을 단번에 배울 수는 없습니다. 글을 쓰려면 이 모든 것들을 잘해 내야 하지요.

(중략)

즉, 필사는 본격적인 습작보다는 꼼꼼히 읽기에 적합한 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 깊이 읽기'에 목적을 둔다면 필사가 좋은 선택이지만, 영작문 실력을 높이는 주요 전략으로 삼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본격적인 글쓰기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필사를 넘어 더욱 폭넓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단한 영어공부> 저자 김성우


Q.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충분한 입력(듣기+읽기)이 있다는 전제하에, 우리말을 영어로 바꿔 말해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output의 훈련인데, 익숙한 모국어 구조를 깨고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덧붙이면, 여기서 한-영 훈련이란, 1대 1로 그대로 바꾸는 것, 혹은 전문 통번역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노력만으로 전문 통역사의 반열에 오르는 것도 아니겠지만, 우리 모두가 전문 통역사처럼, 혹은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을 목표로 둘 필요도 없지요. 애초에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면 스트레스만 가중되고, 영어와 멀어질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의 영어학습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지적합니다. 외국에 살면서 혹은 직접 해외에 나가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화자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영어의 환경에 흠뻑 빠지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외국어를 한국에서 힘들게 배운다고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영어권 환경을 경험하고 돌아온 후, 목표 언어를 훨씬 빠르게 습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성인의 경우에 있어서는 다릅니다. 해외 체류 여부가 언어 습득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례를 더 많이 보았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비약적 향상을 보이기도, 정체를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중요할까요?


외국어에 투입한 순수 시간X양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어요. 또한 배운 외국어를 직접 사용해 보는 환경은 국내에서도 가능합니다. 단, 눈만 뜨면 영어권 화자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으니, 국내에서의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발품을 팔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겠지요. 비행기 티켓값 및 해외 체류에 필요한 비용이 굳었는데, 이 정도 노력은 해야겠지요?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우리네 성인들에게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훈련이 수반되어야, 무의식적인 자동화의 단계까지의 도달이 수월해집니다.


평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표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한->영 훈련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영어식 사고 훈련]

평소 우리말 표현을 영어식으로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보기


2. [스피킹]

우리말만 보고 영어로 내뱉어 보기 (한 글자 한 글자 직역 방식 X)


3. [영작]

내 생각을 직접 써보기(영작)


4.  [무의식에 녹이기]

반복을 통한 숙달, 자동화


5. [나의 경험]

남의 경험이 아닌, 나의 경험을, 나의 말로 표현해 보기 




앞서 언급한 브레드 이발소 시즌 1의 31번째 에피소드, <케이크 여왕의 다이어트>의 영어 대본 앞부분만 참고로 살펴봅니다.


Bread Barbershop S1:E31 The Queen's Diet


[Cake Queen] 당장 저 사기꾼을 감옥에 처넣어라!


cf. 조약돌 코멘트!

~를 어디에 보내 버리라는 의미로 send 사람 to 장소

혹은

~를 어디로 데려가라는 의미로 take 사람 to 장소

혹은

~를 어디에 두라는 의미로 put 사람 to/into 장소

의 구조로 쓸 겁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동사를 어떤 구조로 쓸지는 어떻게 알까요?

이때 발휘하는 힘이 평소 본인의 input입니다. 그동안 읽은 영어 책, 그동안 시청한 영어 영상, 평소에 영영 사전을 찾아보는 훈련을 통해, 필요한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단어를 꺼내어 쓸 수 있습니다.


그다음 '사기꾼'을 영어로 말해야 하는데, 사기꾼이라고 다 같은 사기꾼이 아닙니다.

- swindler : someone who gets money dishonestly by deceiving or cheating people

-  fraud : wrongful or criminal deception intended to result in financial or personal gain

- imposter : a person who pretends to be someone else in order to deceive others

(출처 : Cambridge Dictionary)
이 외에도 더 많은 표현들이 있지만, 우선 이 세 가지만 두고 볼게요.

'사기꾼'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표현들 중,

'swindler'는 주로 돈을 노리고, 교묘한 말재간을 부려 등쳐먹는 사람을 칭합니다.

'fraud'는 돈이나 개인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사기 범죄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저지른 사기꾼을 칭합니다.

그럼 'imposter'는요? ~인 척하고, 누구누구를 사칭한 사기꾼을 말해요.

이 외에도 여러 사기꾼들이 있지만, 무조건 사기꾼 검색해서 나오는 단어 하나를 1 대 1로 짝지어서 말하기나 쓰기에 활용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당장 저 사기꾼을 감옥에 처넣어라!"를 영어 버전에서는 "Send this swindler to jail immediately!"로 말하고 있습니다.



여왕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옵소서!

Please! Give me another chance, Your Majesty!



시끄럽다! 빨리 끌고 가!

Silence! Send him away!


cf. 조약돌 코멘트!

시끄럽다고 하면, You're too noisy!라고 할까요? 직역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글 속에서는 "입 닫아라"의 어감이지요? 영어에서는 이럴 때, 이런 표현을 쓰는구나, 기억하고 체화시킵니다.

위와 같이, 우리말-영어 표현이 반대인 듯한 경우가 많아요. 중/고등학생 혹은 성인 학습자라면, 영어의 부정 표현만을 따로 분리해서 학습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말에서는 긍정 표현으로 쓰는데 영어에서는 부정의 어구를 사용한다든지, 우리말에서는 부정 표현으로 쓰는데 영어에서는 긍정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지요.

가령, 우리말 표현 중에 "그래그래, 내가 졌다." 라고 할 때가 있어요. 정말 져서 졌다고 얘기하는 경우라기 보다는, "그래그래, 내가 져준다."의 어감일 때, 동사 win을 사용할 수 있어요. "You win."


여왕님, 여왕님, 여왕님!

Your Majesty! Mercy! Mercy!




아니, 이 몸 하나 관리해 주지 못하면서 무슨 다이어트 전문가라는 거야?

Ugh! You call yourself a fitness expert, but I didn't lose a single pound!


cf. 조약돌 코멘트!

'전문가'를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요?

사전에 나오는 전문가 역시 다 같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 expert : person with a high level of knowledge or skill relating to a particular subject or activity

- professional : a person who has the type of job that needs a high level of education and training

- specialist : someone who limits his or her studying or work to a particular area of knowledge, and who is an expert in that area

(출처 : Cambridge Dictionary)
일반적으로, 어떤 분야에 깊은 전문 지식을 소유한 사람을 칭할 때는 expert라는 단어를 씁니다. 최고의 칭찬이네요.

professional은 amateur의 반대 개념으로, 취미나 소일거리가 아닌, 특정 분야에서 직업적인 부분을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를 의미해요.

specialist라는 단어는 어떨까요? generalist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저것의 여러 분야가 아닌, 특정 분야에만 제한된 전문성을 소유하고 있는 자를 뜻합니다.
브레드 이발소 <케이크 여왕의 다이어트> 편, 뒷부분 영상을 쭉 보면,

"우리가 불러들인 전문가는 죄다 실패했잖소?"라는 대사가 나와요.

영어로는 "All the experts we've brought in have failed."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때, professionals 혹은 specialists를 쓰면, 문맥상 어색해질 거예요~


그나저나 밸런타이 데이 대국민 연설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쩌지?

And next week is the Bakery Valentine's Day speech.

How am I supposed to speak like this?


cf. 조약돌 코멘트!

다음 주면, the Bakery Valentine's Day speech가 예정되어 있는데, 살을 빼지 못해서 안달복달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예정되어 있는 의무, 책임'을 나타낼 때 쓰는 be supposed to~를 여기에 쓸 수 있어요.

How am I supposed to~?로 말해 봅니다.

How am I supposed to speak like this? (나 이 꼴로 어떻게 연설하지?)


예전의 날씬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지금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텐데....

My subjects will be expecting a trim cake,

but I've put on a bit of flour since my heyday.


어머, 스트레스 받으니 당 떨어지네. 뭘 좀 먹어야겠어.

Oh, dear. I'm stressed. I feel faint!

I should eat something now.




전체 내용은 아래 애니메이션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가볍게 시청 가능한 7분 47초의 영상들이네요.


저는 7세 제 딸이 브레드 이발소 덕후라 반강제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답니다. 어른들의 웃음 코드에도 크게 반하지 않아요 :)


브레드 이발소 <케이크 여왕의 다이어트> 우리말 버전


브레드 이발소 <케이크 여왕의 다이어트> 영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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