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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10. 2023

기꺼이 무시할 수 있는 용기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반 친구들에게 만만하다는 인식이 박혀버렸다. 여자아이들에게도 남자아이들에게도. 그래서 자주 놀림과 비웃음을 받곤 하였다. 외모 지적부터 시작하여 나의 모든 행동, 습관들까지 그들의 가십거리가 되었고 후회스럽게도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것에 웃어댔다.


그러던 어느 날, 밤톨만 한 축구부 남자아이가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저 멀리 있는 나를 언급하며 낄낄거렸다. 그때부터 지어진 나의 별명. 네이마르. 난 축구에 대해 지금도 전혀 모르지만 이 세상에 '네이마르'라는 선수가 있다는 건 그날 이후부터 잘 알고 있다.


네이마르. 별 큰 의미는 없었다. 그저 그 당시에 내가 겨우겨우 함께 다니던 무리 중 한 친구가 나의 이마가 좁다고 반 아이들 앞에서 언급하며 비웃기 시작했고, 모두가 합세해 비웃던 그 점을 이용하여 또다시  누군가가 내 별명을 만들어낸 것이다.


멀리 있었지만 아주 명확하게 들렸던 나와 함께 언급된 네 글자에 듣자마자 온몸이 경직되었고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선 이럴 때에도 웃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의 입꼬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위로 올라갔다. 나의 동공은 흔들렸고 앞으로 나를 불러댈 고까운 별명이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얼굴이 빨개지며 터질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나의 인간관계는 다시 원만해졌고 내 주변엔 나를 진짜로 웃게 해 주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월드컵 때, 네이마르 선수를 영상을 통해 처음 보게 되었다. 그동안 이름만 알던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날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며칠 뒤, 친한 친구와 함께하던 중, 나의 옛 별명 네이마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전한 나의 이야기에 친구는 기발하다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혼잣말인 듯 나에게 건네는 말인 듯 작게 말하였다.

"이마 안 좁은데..."


별 의미 없이 흘러가듯 말한 한마디에 나는 묵은 게 싹 내려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13살이란 나이에 처음으로 알게 되어 10년 가까이 굳게 믿어온 나의 외적 콤플렉스가 사실은 틀렸다는 의미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지구는 원래 동그란 게 아니라 네모난 거라고  말한 느낌이었다. 나의 진실된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갔다.

"그래...?!"


그 당시엔 친구들이 하는 모든 비웃음거리가 정말로 내가 가진 쓰레기로 느껴졌다. 난 겨우 한 사람에 불과했고 그들은 다수였으니 그들의 말이 당연히 옳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들었던 모든 말을 경청했고, 믿었고, 어떻게든 바꾸고 고치려 애썼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정확히 틀렸다. 어쩌면 그 당시 그들의 말은 무조건 옳다고 믿은 내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겐 그저 맘껏 장난치고 조종하며 웃을 수 있는 장난감이 있었고, 그들 모두 함께 웃으며 본인들끼리 더 돈독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그 장난감을 제 손으로 부러트려 못생겼다고, 불완전하다고 웃어대는 것이었다.


그제야,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의 이마는 좁지 않고 다수가 던지는 말이 무조건 옳지는 않다는 것을.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충고나 조언은 기꺼이 받아들이되, 근거 없는 비난은 무시해라


앞으로 살아가며 또다시 누군가에게 나는 또 다른 네이마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기꺼이 무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일단 나의 직관을 믿고 나아가자. 그다음에 틀렸다는 걸 깨닫고 생각의 방향을 틀어도 괜찮으니.


근거 없는 비난은 가슴에 쉽게 꽂힌다. 그리고 그것을 진실인 것 마냥 굳게 믿게 된다. 그것도 생각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의 말에 저항하는 것보다 일단은 자신을 자책하고 그 점을 없애려 노력하는 편이 편하다고 느껴지니까. 하지만 이젠 저항까진 아니어도 그냥 흘려보내기 정도는 하자.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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