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 엄마의 복직준비하기, 집안일 아이들과 함께 하기
휴직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집을 들여다보니
대부분의 집안일을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요.
비꿍이는 회사에 가니까 주말에만 잠시 청소를 도와주고, 수조 관리 해주니까.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 있으니까.
그런데 복직준비를 하다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내가 이 상황에서 바로 복직을 하면 너무 힘들것 같습니다.
나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도 많은 집안일입니다.
비꿍이가 지금 하는 것은 충분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맨날 먹고 자고 놀고 엄마가 청소해도 가만히 있는 아이들을 좀 들쑤시기로 합니다.
생각해보니 복직하면 아이들에게 이제 용돈도 어느정도 주어야겠더라고요?
집안일을 함께 하면서 일의 보람(?)을 느끼고, 경제도 느낄 수 있게 해야겠습니다.
애기들! 엄마랑 회의하자!
저, 까꿍, 나꿍이가 아침식사 후에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았지요.
릴리 : 애기들, 너희 용돈 필요하지 않아? 엄마 복직하고 나면 용돈을 어떻게 할까?
까꿍 : 엄마, 친구 ㅇㅇ 얘길 들으니 일주일에 ㅇ원 받는대. 나도 용돈을 받고 싶어.
나꿍 : 나도 가끔씩 학원 마치고 돌아올 때 떡볶이 사먹고 싶은데.. 용돈을 받고 싶어.
릴리 : 얼마쯤 필요할 것 같아?
까꿍, 나꿍 : 글쎄... 고민해보지 않았는데..
릴리 : 그래? 그럼 우리 용돈을 얼마나 받을지, 어떻게 용돈을 받을 수 있을지 결정해보자.
다음 사진은 우리 회의결과를 적은 까꿍이의 회의록입니다.
용돈은 주급으로 받기로 했고요.
기본급은 1000원입니다.
아이들의 반발이 컸지만
(엄마, 컵떡볶이 하나에 1000원이고요, 튀김은 한개 2000원이고요.. 등등...)
다행히 엄마의 의견도 존중해줍니다.
너희가 직접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것만큼 돈을 주겠다! 라는 엄마의 의견에 아이들은 끄덕끄덕합니다.
아르바이트 종목은 당연히 집안일입니다.
종목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별 반발이 없었지만
아르바이트 비용에 대해서는 말이 참 많았습니다.
200원은 안된다, 더 받아야 한다.
500원 안되냐
1000원은 안되냐
그만큼 힘든 작업(?)이다.
거기에 대해 엄마도 반발합니다.
그럼 엄마가 너희들 하루 3끼 밥을 무료로 해주는데 밥값을 내라
엄마는 몸값이 비싼 사람이니까 밥값을 좀 많이 받아야겠다.
너희들 씻겨줄 때 샤워비용 내라
설거지 비용도 내라
등등등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청소는 무조건 환기를 먼저 하면서 청소기를 돌리되
집을 두 부분으로 나뉘어 한 부분 청소할 때마다 200원, 혼자서 모든 곳을 청소하면 400원, 나누어 하면 200원
빨래는 한사람분을 개키고 정리할 때마다 100원 - 즉 전가족 것을 모두 개키고 정리하면 400원
수건개기, 신발 정리 등등
세세하게 정했습니다.
일기쓰기는 매일 해도 될 것 같으니까 일기쓰기도 200원 달라고 합니다. 그래! 좋지!!
하지만 집안일을 할 때에 서로 하겠다고(돈 벌겠다고) 싸우면 그땐 가차없이 200원 차감하겠다고 했어요.
아이들은 하루에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계산까지 합니다.
그날부터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립니다.
엄마, 언제부터 청소기 돌릴 수 있어?
엄마, 지금 신발정리 해도 될까?
생각보다 아이들이 꼼꼼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현관 정리를 말끔하게 잘하더라고요.
다만 시간은 저혼자 할 때보다는 오래 걸립니다.
특히 청소기 돌릴 때에는 한명은 뒤에서 끌어주고 한명은 앞에서 밀고...
협동적인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릴리 : 청소기로 집안을 청소하니까 어때?
까꿍 : 너무 힘들어요.
나꿍 : 엄마가 많이 힘들었겠어요.
전 너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하는 집안일들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줘서 너무 좋고요.
어차피 자기들이 청소해야하는 것들이니 절로 평소보다 깨끗하게 집을 쓰고 있어서 좋고요.
더구나 매일매일 아이들이 알아서 청소기를 돌려줍니다.
그 시간에 전 설거지를 하지요.
현관도 아주 깨끗해졌고요.
하지만 모든 것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안일과 아르바이트를 접목시키는 것까진 좋았는데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아빠를 도와야하는 모든 것에 돈 받기를 원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또,
빨래개키기+정리는 힘듦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하게 책정되었던 것인지
쌓아둔 빨래를 보고도 아이들은 감흥이 없습니다. 귀찮다고 말합니다.
만약 빨래개키기+정리하기가 1000원이었다면 아이들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아르바이트와 집안일 접목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려면
아마도 '집안일을 집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다'라고 아이들이 생각하게 만들어야 겠지요.
그 방법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3명이고, 막내가 초3인 지인을 보니
빨래가 건조기에서 나오면
첫째는 상의
둘째는 하의
셋째는 속옷을 개켜 각자 정리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아무것도 챙겨놓지 않고 출근해도 같이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끝내놓는다고..;;;
또 다른 지인도
방청소는 각자 알아서 하는 것
청소기는 매일 첫째
물걸레는 매일 둘째
이렇게 시스템화가 되어있는 겁니다.
그분들이 출근하는 데에도 집안일의 부담이 아주 적으니 훨씬 덜 힘든 것도 사실이고요.
어떻게 그렇게 되었던 것인지 물어봤더니 그분들은 무슨 당연한 걸 물어보냐며
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흠...
시작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그 길로 아이들을 인도해야할지......
고민 좀 더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