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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Sep 27. 2022

복싱도 똑같다, 다양한 사람을 겪어보아야

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 도전기


나는 평소 동일한 요일에 동일한 트레이너와 운동을 진행한다 


그룹 수업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체육관의 복싱 타임은 같은 타임의 사람들이 링 위에서 함께 몸을 풀고

기본 스텝과 기본 기술을 반복해서 연습을 하며 시작된다 

그다음 그 주의 콤보 기술을 1단계/ 2단계/ 3단계까지 나눠 자신의 레벨에 해당되는 콤보를 익힌 다음 

개별로 트레이너와 1 대 1 미트를 치게 된다 

레벨이 높을수록 1단계를 거쳐 최종 3단계까지의 콤보를 한 번에 해내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어느 정도 기본기가 갖춰져있고 외우는 데에 크게 문제만 없다면 

긴 콤보를 해내는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니다 

그것보다 1 대 1 개인 미트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트레이너의 입에서 나오는 기술을 시간차 없이 바로 쳐 내는 것이 상위 레벨로 가는 핵심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평일 오전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보통 한 명의 트레이너가 수업을 진행하고 

저녁시간에는 최소 5명의 트레이너가 돌아가면서 수업 진행을 하는데

나는 거의 대부분을 고정적으로 평일 오전에 운동을 하니까 같은 트레이너와만 복싱을 진행하게 된다 

 아무리 복싱과 코치 경력이 많은 트레이너여도 본인만의 스타일과 반복되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과 오래 호흡을 맞추며 운동을 하면 나도 모르게 그 방식에 익숙해진다 


복싱을 꾸준히 해오면서 이제 어느 정도의 실력에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아이 때문에 오전 운동을 가지 못한 날 신랑이 퇴근하고 난 후 저녁 운동을 가게 되었는데 

평소 함께 해보지 않았던 다른 트레이너와 복싱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어차피 수업 진행 방식과 콤보와 기술은 동일 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링에 올라가 1 대 1 미트에 들어간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늘 함께 운동하던 트레이너의 미트 방식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었는지 

단순히 순서만 바뀐 기술, 응용 조합된 기술이 나오자마자 주먹과 몸이 멈칫거리게 됨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실력에 대한 우쭐함이 생겼었던 것 같은데 실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비슷한 걸 느꼈다 

큰 고생을 하지 않고 취업에 성공해 직장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빠른 승진을 거치면서 내 실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줄 알았다 

사람들과의 문제도 특별히 없었고 내 사회생활이 나쁘지 않았구나 생각을 했었던 때 이직을 하게 되었고

이직을 하고 나서부터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운 좋게 나를 많이 배려해 주는 사람들과 일을 했었고 다양한 경우를 많이 겪어보지 않아서 몰랐었던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시야가 넓어지고 많은 경험을 한 것과 더불어 스스로에게 가진 자만심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일부러 한 번씩 저녁 복싱을 나가곤 한다 

5~6명의 트레이너의 시간표가 매일 바뀌기 때문에 그날 어떤 사람과 운동을 진행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복싱을 하러 가는 긴장감과 더불어 설렘이 새로 생겼다 

여러 트레이너의 다양한 스타일의 미트를 겪으며 어느 정도에서 멈춰있던 실력이 더 늘어가는 기분도 든다 

역시 모든 게 경험이다 

여러 상황을 겪어 보아야, 여러 사람을 겪어보아야 하나씩 알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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