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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Oct 22. 2022

마음은 가득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때

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 도전기

운동 가방이 점점 가득 채워져 간다 

몸의 이곳저곳 아픈 곳을 보완해 주는 보호대들의 종류가 늘어만 간다



보통 운동을 하다가 다치면 그 운동을 그만두게 되거나 한동안 쉬게 되는데 

나는 복싱이 너무 좋아지니 좋아하는 운동을 마음껏 신나게 하지 못해서 속상한 마음이 더 크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 

보통 평균의 여성들보다는 많은 운동, 그리고 과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종류의 운동을 많이 해왔고 또 운동 신경도 좋은 편이라 강도 높은 운동을 너무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내 의지와 마음을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 같다 


체육관에 도착해 몸을 풀면서 먼저 무릎 보호대를 차고 팔꿈치 보호대를 찬다 

복싱 수업이 시작되며 다같이 몸을 풀고 기본 스텝, 기술들을 연습한 후에 개인 샌드백 연습, 

그 주의 콤보 연습, 트레이너와 1 대 1 미트를 진행한다  

신나게 복싱을 마치고 나면 양 손목에 손목 보호대를 차고 웨이트 운동을 준비한다 

거기에 심박 웨어러블 라인까지 가슴 아래에 차게 되면 웨이트 운동이 시작하게 된다 

요일마다 바뀌는 웨이트 수업은 암스 앤 코어 / 체스트 앤 백 서킷 / 풀바디 컨디셔닝 / 로워 바디 슬리밍 / 심폐 지구력으로 요일마다 다르게 진행된다 


한참 웨이트 근력운동에 재미를 붙여 무게도 높여가고 횟수도 늘려갈 무렵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멀리뛰기 욕심을 내다가 착지를 잘못해 넘어지면서 바닥에 팔꿈치를 부딪히게 된 것

그때에는 흔히 운동하다 아플 수 있는 작은 부상과 통증일 거라 생각했는데 

현재 그 통증이 4개월째 완전히 낫지 않고 있다 


주사도 맞아보고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고 약도 몇 개월째 먹었더니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는 반면 운동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되었다 

미트와 샌드백을 치는 충격, 주먹을 뻗을 때마다 팔꿈치 부분이 튕겨지며 아픈 팔꿈치에 자꾸 자극을 줬다 

복싱 외에도 무게를 들어 올리며 하는 덤벨 운동과 맨몸으로 하는 푸시업, 풀업 하다못해 마지막 유산소인 로잉머신조차도 팔꿈치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운동을 쉬지는 못하고 강도를 낮춰  복싱을 하고 무게를 낮춰 웨이트 운동을 하거나 무리가 되는 운동은 다른 운동으로 바꿔서 진행하며 뭔가 성에 안 차는 운동을 계속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운동을 조금 쉬면 되지 않나,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큰일이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운동을 적게 하려고 꾀를 부리거나 힘들어서 슬렁슬렁하는 게 아닌 

힘들어도 너무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하고 싶은데 몸이 빨리 회복이 안되어서 운동을 제대로 못하게 되니 

난 그게 그렇게 속상했다 


운동하다가 다친 팔꿈치도, 아이 낳고 좋지 않아진 손목과 손가락도, 원래부터 약했던 무릎까지.

괜스레 내 몸이 원망스러운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운동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복싱을 시작하게 되면서 가지고 있었던 우울감, 무력감을 많이 이겨냈고 

그래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순서가 바뀌어 

나도 모르게 운동을 하는 그 행위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조금은 객관적으로 내 몸을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운동은 내 생활의 활력소를 주는 것으로의 선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게 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더 오래 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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