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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Nov 06. 2022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 3분

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 도전기

3분이라는 시간을 길다고 느껴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도, TV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기에도 3분은 아주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이다 


운동을 할 때에도 러닝머신이나 로잉머신을 3분을 탄다면 그게 운동이 될까 싶을 정도의 시간일 텐데 

복싱장 링 위에서의 3분은 지옥의 3분이라 불릴 정도로 그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진다 

사실 3분이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복압과 코어에 힘을 주며 체중을 실어 펀치를 친다면 채 1분을 버티기도 힘들다 

내가 복싱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나도 알지 못했다


복싱이나 격투기 등의 경기를 볼 때 저 짧은 라운드를 버티지 못하고 헉헉대는 모습을 보며 

뭐가 저렇게 힘들다고 저 짧은 시간을 못 버티나, 하는 말을 해본 적이 있었다 


막상 해보니, 이건 이상할 정도로 말이 안 된다 

너무 힘들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체력이 이렇게 바닥이었나? 하는 생각을 초반에는 자꾸 하게 되었다 


우리 체육관은 1 대 1로 대결을 하는 스파링을 하지는 않지만 트레이너와 개인 미트 시간을 3분씩 진행하는데 개인 미트 3분 동안 최소 2번의 휴식 시간을 가진다 

이 짧은 3분 동안에 2번의 휴식 시간을 가진다고 하면 잘 믿어지지가 않을 것이다 

근데 1분 정도의 1 대 1 미트만으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더 이상 펀치에 힘이 들어가지지 않는다 

어떻게 꾸역꾸역 미트를 치더라도 발 스탭이 따라오지 않고 발이 끌리기 시작한다 

타이밍에 맞춰 손은 자동반사적으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다리가 뒤에서 멈춰있는 느낌이다 


1분 정도의 미트를 마치고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긴 호흡법으로 빠르게 가라앉히고 다시 추가 미트에 들어가게 되면 이제 점점 몸의 체력이 떨어져 손과 스텝이 더뎌지기 시작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다 

늘 익숙하게 해오던 기술도 순간 실수를 많이 하게 되고 공격에 대한 대비 동작도 느려지곤 한다 


기본 체력과 함께 정신력, 집중력이 중요한 이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왜 처음에 복싱장에 가면 끊임없이 줄넘기를 시키며 기본 체력을 키우게 하는지, 

지루할 수 있는 그 시간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본 체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펀치고 기술이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으며 집중력까지 유지할 수가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일에도 체력이 왜 기본 바탕이 되는지,

평소 아주 익숙하고 능숙한 일을 할 때에도 집중력과 정신력이 흐트러지면 왜 실수가 일어나는지 운동을 하면서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갈수록 기본에 소홀해지는 지금 나태해지지 않도록 더욱 기본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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