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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Jan 04. 2023

어차피 새로운 시작이라면 더 새롭게

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 도전기

# 왼손잡이의 오른손잡이 복싱 


운동 등록을 하고 시작하기로 예약을 한 날 체육관에 갔다

새 글러브를 손에 들고서 어색한 모습으로 어리버리 눈알을 굴리고 있는 내게 트레이너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 인지를 물었다 


스노보드를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이 났다 

본인이 어느 방향으로 타는지를 모를 때에는 양발을 평행으로 놓고 섰다가 뒤에서 확 밀었을 때 앞으로 먼저 착지하게 되는 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고,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오른발이 먼저 나왔던 것 같은 데에도 왼손잡이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해야 맞을 거야 하고 그냥 왼쪽으로 시작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른쪽 왼쪽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내 운동신경에 비해 생각보다 배우는 속도가 더뎌서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 했던 것 같다


복싱은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기본자세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오른손잡이는 어깨너비의 발 간격에서 왼발과 왼손이 앞으로 위치하게 된다 

왼손은 앞에서 잽을 날리며 상대와의 거리나 가벼운 공격을 날리게 되고 오른손은 턱에 대고 내 얼굴을 보호하며 주 공격을 진행한다 

복싱은 허리를 돌리면서 체중을 실어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게 가장 센 공격이기 때문에 주 사용 손으로 주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기본 자세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보통 난 내가 왼손잡이인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트레이너의 단순한 물음에 왜 대답을 망설였는지 모르겠다 

잠깐의 고민을 하고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 방향으로 배워도 상관없나요?'

처음 배우는 거면 크게 상관이 없지만 본인이 어색하고 어렵지 않겠냐고 하여, 어차피 처음 배우는 거니까 어느 방향이든 상관없을 것 같다고 많이들 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름 도전이었던 선택이었다 


처음엔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아무 문제도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에 비해 양손을 어느 정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히려 오른손잡이들은 왼손 사용이 어색하고 약하기 때문에 왼손으로 하는 기술의 파워가 약한데 나는 오른손잡이 방향으로 복싱을 하는 왼손잡이기 때문에 늘 왼쪽의 기술과 파워가 너무 좋다는 칭찬을 받곤 했다 

레프트 훅은 우리 체육관에서 내가 가장 좋다는 얘기도 들었을 정도이다 


칭찬을 들으며 굳이 내가 왼손잡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어색함과 불편함을 이겨내며 익숙해지도록 반복 훈련을 해온 나에 대한 뿌듯함이랄까.


새로운 것에 대한 시작은 생각지도 않는 용기를 내도록 해주는 것 같다 

평소였으면 도전해 보지 못했을 것도 어차피 새로 시작하니까, 어색하고 어려운 건 똑같을 테니까라고 마음먹으며 한 발 내디뎌보게 해주나 보다 


새해를 맞아 이것저것 올 한 해 하고 싶은 일, 해 내야 할 일, 도전해 보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하면 된다, 안될 것 없더라, 생각하게 만든 나의 복싱 때문에.

나에게는 이제 이러한 믿음과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가득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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