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 도전기
보통 나는 거의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한다
일찍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서 아이를 깨우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운동을 가는데 그게 오전 9시 정도이다
내 성격은 미리 계획을 철저히 세워두고 변수까지를 염두에 두고 모든 일을 하는 편인데
내가 계획해 놓은 것, 평소에 늘 해오던 루틴에서 벗어나거나 생각한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렇게 해야 한다, 언제까지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한다에 대한 강박증을 많이 가지고 있나보다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아침 운동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가끔 등산을 간다거나 하는 특별한 일정이 아니라면 내가 꾸준히 해왔던 많은 운동들도 아침 시간에 한 적은 없었다
출근을 해야 하니 아침 운동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새벽 운동을 택해야 하고 새벽 운동까지 하기에는 내가 부지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하게 되는 아침 운동은 몸이 무겁기도 하고 아직 몸이 깨어나지 않았다고 할까? 그래서 더 어렵기도 했었고 평소의 컨디션만큼을 하지 못했었다
바쁜 회사일을 마치고 하는 저녁 운동도 힘들긴 했지만 익숙한 패턴이어서 그런지 운동 끝나고 푹 쉬면 된다 하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지 잘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침 운동에 몸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운동은 하루를 마무리하듯 저녁에 해야 하는 것이고 운동을 하고 나서는 노곤노곤한 몸을 개운하게 씻고 쉬어줘야 하는 게 당연하지 하면서 말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집에서 짬짬이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지금처럼 아침 운동을 하게 되었다
희한하게 이것도 하다 보니까 익숙해진건지 아침 운동이 너무나 잘 맞는 것 같은 게 아닌가?
푹 자고 일어나 체력을 회복하고 아침에 운동을 나가니 가득 찬 에너지로 힘차게 신나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평소 좋지 않았던 무릎이나 손목 등의 통증도 훨씬 덜하게 느껴지고 컨디션도 좋아서 내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이게 바로 나에게 딱 맞는 운동 시간이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아이가 겨울방학을 해서 저녁에 신랑이 퇴근하고 나면 바톤터치를 하고 저녁 운동을 나갔었다
하루 종일 그날의 에너지를 다 쓰고 또 운동을 가려는 기분이 들었다
운동을 가는 길부터 다리가 천근만근, 터덜터덜 걸어서 체육관에 도착해 평소와 같은 패턴의 복싱과 웨이트 운동을 하는데도 평소보다 훨씬 빨리 지치는 것 같았다
헉헉대며 저녁에 함께 운동하는 분들께 얘기해 봤더니 저녁에 운동을 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가끔 하는 아침 운동이 저녁 운동보다 훨씬 힘들다며 나를 더 신기해했다
이러는 걸 보면 내 몸이 어느새 그 환경과 상황에 맞춰 적응을 하는 것 같다
'난 그걸 좋아하지 않아'
'난 못해'
'내가 안 해본 것들이야'
우리가 쓰는 이 말들이 얼마나 많은 도전과 기회를 가로막는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개인의 차이에 따라 조금은 더 힘들 수도 있고 어려울 수 있겠지만 미리부터 '나는 어떤 거에 맞는 사람이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나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틀에 나를 가두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궁무진한 기회와 갑자기 시작되는 도전들.
내가 생각도 해보지 않은 복싱을 몇 년째 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우연처럼 신기한 기회와 순간들이 더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