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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 Ception Nov 12. 2020

인생마술: 아이디어와 미스터리

마술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하여

사람들이 왜 마술을 봐야 할까? 왜 마술사가 필요한 것일까? 이 질문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에게 큰 고민거리였다. 마술은 대체 무엇이며 나는 이것을 대체 왜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마술을 연습하고 사람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마술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마술은 미스디렉션이다. 마술은 미스터리다. 마술사는 마법사의 역할을 연기하는 연기자다. 이 외에도 마술과 마술사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나는 “마술은 미스터리 즉, 불가사의다”라는 의견에 가까웠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마술은 신기하면서 동시에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방법을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마술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마술의 형태라고 믿었다.


그러나 영국의 멘탈리스트 Derren Brown의 공연 〈Miracle〉를 보고 이 믿음이 깨졌다. 이 공연에서 나는 진정으로 불가사의를 느꼈고 그 감정이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박수가 나오기보다는 인상이 찌푸려졌고,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자 기분이 상당히 불쾌했다. 그러자 내가 기존에 세운 논리와 충돌이 일어났다. 마술을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도 불편할 수 있는 이런 감각을 다른 이에게 권할 수 있는 걸까? 어째서 그러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불가사의를 소비해야 하는 것일까?     


마술은 미스터리 즉, 불가사의일 뿐인 걸까?


물론 마술의 불가사의를 경험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공연 예술 분야에서 이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는 마술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만이 마술의 전부일까? 단순히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마술을 소비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마술을 좋아하는 이유가 단지 그뿐일까? 아니 그 이전에 사람들이 마술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1. 세상 속 마술과 그 필요성에 대하여  

  

〈인생마술〉에서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마술을 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행위가 너무도 익숙해져서 자각을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예를 들어 악몽을 꾼 아이에게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행위,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믿으며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 내일도 오늘과 같은 날일 것이라는 믿음 등 이렇게 실제로는 괜찮아지지도, 할 수 없을지도, 내일 세상이 끝날 수도 있지만 위의 말과 믿음은 아이를 괜찮아지게 만들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만들며, 사람들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마술을 갈망한다. 고통, 혼란, 그리고 무지로부터 마술과도 같은 안정을 원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마술과도 같은 변화를 원한다.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마술과도 같이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원한다. 이처럼 마술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술사는 이러한 경험을 극대화시켜 무대에서 보여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마술사의 공연에 매료되고 그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David Copperfield의 〈Flying〉을 보았을 때 실제로 위와 같은 경험을 했다. 영상 속 마술사는 단순히 허공에 뜨는 것을 넘어 사람이 실제로 날았을 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허공에서 공기를 밀어내며 움직이는 그 모습은 마치 나 자신이 꿈속에서 하늘을 날았을 때의 기억을 상기시켜준다. "대체 어떻게 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은 곧 잊히고 나 자신도 저렇게 날아보고 싶다는 감정을 일깨운다. 이는 영화 속에서 한 캐릭터가 나는 것보다 훨씬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눈앞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니 그것은 더 이상 상상 속에서 가능한 일이 아닌,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책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우리는 늘 마술을 부리며 살아간다. 동시에 마술이 필요한 여러 상황을 맞닥트리며 살아간다. 이것은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역사 속에서 항상 마술사가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마술사는 있었다. 그 형태는 비록 다를지언정 각 상황에 맞는 마술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술을 갈망하기에 그들에게 마술사가 필요한 것이다. 




2. 무대에 선 마술: 6가지 테마    


저자는 책 속에서 무대 예술로서의 마술의 테마를 자세히 분석한다. 경이로운 놀라움으로서의 마술, 트릭스터 스타일, 탈출, 속임수, 정신을 다루는 마술, 그리고 재탄생에 이르기까지 6가지의 테마를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각 테마가 사회적 상황과 어떻게 맞아떨어져 인기를 얻고 성장하였는지, 그리고 왜 몇몇 테마가 현재에 와서 그 의미가 퇴색하였는지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예시 하나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재탄생은 인간이 가장 갈망하는 주제 중 하나다.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이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죽음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정말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마술이 될 것이다. 과거 이집트의 마술사들은 뱀의 목을 자른 뒤에 다시 붙이는 마술을 보여줬다고 한다. 여러 문화권에서 죽음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술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이 테마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현대 시대에서 다뤄지는 이런 재탄생 마술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하였다. 로프를 잘랐다 붙이는 마술, 담배를 부러트린 뒤 재생시키는 마술, 그리고 사람을 잘랐다 붙이는 마술들 모두 이러한 "재탄생"의 의미가 많이 희석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현재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재탄생"을 보여준다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덧붙였다. 


나는 앞서 설명한 여섯 테마 중에서도 속임수 테마에 익숙한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카드 마술이나 동전 마술, 그리고 소품을 활용한 마술 등이 이 테마에 속한다. 속임수를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불가사의한 현상을 보여주어 즐거움을 전달하는 분야다. 처음에는 이 신기함을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그 즐거움만이 마술의 전부인 것 같고, 그것만으로는 마술을 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책 속 여러 테마의 예시를 통해 마술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찾아볼 수 있었고, 나 자신이 보여주는 마술은 마술이 표현할 수 있는 여러 테마 중 한 가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다. 단지 내가 그것밖에 할 줄 몰랐던 것이다.






〈인생마술〉은 기존에 내가 하던 카드 마술이나 소품을 활용한 마술에서 벗어나 "마술"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꿔주었다. "마술은 그냥 신기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기함은 마술이 보여주는 한 면에 불과한 것 같다. 신기함을 넘어 앞서 이야기한 우리의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주제가 함께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는 마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욕구는 정말로 다양하기에 그것을 마술에 녹여낼 수 있다면 마술은 정말 다양해질 것이며,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술에 빠져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생마술〉은 6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책이다. 심지어 이 글에서 다룬 부분은 이 책의 세 파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약 마술을 좋아하고 그것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1.〈인생마술〉은 〈루카스퍼블리케이션〉에서 출판한 번역서다. 

https://lukaspublications.co.kr/product/lifemagic


2. Derren Brown의〈Miracle〉은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 가능하다.


3. David Copperfield의 〈Flying〉

https://www.youtube.com/watch?v=OoRuoteg5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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