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고객의 만족이 서비스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 새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직장인 절반 이상은 최근 1년 새 이직을 시도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일을 통한 성장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지난해 이맘때 ‘중앙일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앱 ‘블라인드’가 7만여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결과다.
직장인의 직무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소가 ‘업무 의미감’과 ‘상사와의 관계’라고 한다. ‘업무의미감’은 회사 일이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고, 일을 통해 본인이 성장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라 한다.
‘진로취업컨설턴트’의 ‘직무만족도’도 이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하지만 약간은 결이 다르다. 그 의미와 비중 때문이다.
‘진로취업컨설턴트’에게 ‘업무 의미감’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객’이다.
‘구인기업’과 ‘구직자’다. 특히 구직자와의 첫 만남, 상호작용, 취업지원 중단이든 마침이든 종료에 이르기까지 구직자와의 관계 관리와 그 결과들은 담당 컨설턴트와 구인기업에게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때문에 구직고객은 ‘진로취업컨설턴트’에겐 고객 차원을 넘어 자신의 역할을 재인식하고 그 가치를 증명해주는 소중한 동반자일 수밖에 없다. 담당 컨설턴트는 구직자의 미닝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정보를 주고 팁을 제공하는 중개인이 아닌 구직고객 스스로 의지를 높이고 실행해갈 수 있는 자기주도형 구직자로 나서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그래야 그 이후의 컨설팅이나 코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변화관리를 잘 거쳐온 구직자는 담당 컨설턴트에게 일의 의미와 에너지를 주고 비즈니스의 비전과 방향성까지 제시해주기도 한다. 소속회사에 불만이 있고, 상사와의 관계가 다소 불안해도, 이를 극복해갈 수 있는 힘도 구직고객으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업종의 회사나 직종과 달리 회사 조직의 방침보다 상담사 본인의 주도성이 중요 변수이고, 관리자의 개입이 어려운 고객과의 내밀한 상호작용이 실적의 기반이 되고, 구직고객의 인정과 신뢰가 서비스 유지의 전제조건이 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자신이 역할에도 즉각적인 대미지를 입게 된다.
그만큼 구직자 유형별 형태와 속성까지 감안해서 구직자 데스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주변의 성화 때문에 마지못해 ‘진로취업컨설턴트’를 찾은 앳된 구직자.
주민센터에서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해야 ‘참여수당’을 준다기에 나온 듯싶다.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의자 깊숙이 허리를 묻고 책상다리를 하고 발등에 걸친 슬리퍼를 흔들어댄다. 컨설턴트는 잠시 고민한다.
“오~회장님 포스시네요. 그래요, 이 공간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편하게 이야기해볼까요.” 여러 말보다 꼬여있는 그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해답이다. 딴청은 피워도 대꾸는 한다.
내담자의 진짜 생각과 마음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일단 참여수당을 받기 위한 몇 가지를 일러주고 문자로도 보내준다. 2~3번은 더 나와야 하는 일정도 알려줬다. 그 후 2차, 3차 방문 날 모두 그는 오지 않았다. 결국 4차 방문 일정 때 그는 “OOO 선생님, 저 왔는데요”라며 멀뚱한 모습으로 그 컨설턴트를 찾는다.
2차 방문 때부터 나타나지 않은 그에게 컨설턴트는 문자 대신 목소리로 녹음을 남겼다.
“OO님도 분명,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꿈도 있을 거 아니에요.”였다.
그는 할머니를 모시고 두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 청소년 가장. 졸업하면 자신이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두려움과 버거움이 범벅된 이제 갓 20살이란 것을 알았다. 웹툰을 곧잘 그렸던 그만의 꿈이 멀어져 갈수록 간절해지는 타이밍이었다.
“면접관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이컨텍을 전혀 못했어요?”
“면접관이 예쁘고 말 잘하는 지원자에게 더 질문을 많이 했는데 저는 어렵겠죠?”
“지원동기를 물었을 때, 옆에 지원자는 어렸을 때 좋은 경험을 얘기했는데, 저는 '어머님과 함께 방문했던 호텔 라운지 식사에서 저를 소중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는 서비스가 너무 좋아서 특급 호텔리어가 되고 싶어 지원했다.'라고 했는데 제가 더 답변을 잘한 거 맞죠?”
전날 지원기업에서 면접을 마치고 난 구직자가 이튿날 방문해서 급히 쏟아낸 말들이다.
컨설턴트는 ‘미닝메이커’다. 왜 그 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지원동기나 어떤 노력을 어떻게, 왜 했고, 결과가 어땠는지, 자신만의 스토리와 이유가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구직자가 자신의 진로 경로와 구체적인 지원분야를 설정할 때는 특히 그렇다. 그 지원자가 서류통과 후 면접 코칭을 받으러 왔을 때도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흐릿해 보였다.
컨설턴트는 물었다. 지원자가 호텔에 대한 가장 설레고 좋은 감정을 가졌을 때, 그리고 고객 접점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키워딩을 함께 도출했다.
‘고객이 자신의 소중함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지원자로
“잘했어요, 늘 생각은 하면서도 OO 씨처럼 그렇게 결정하고 행동하기 힘들 텐데 대단하시네요”
그는 리하우스 콘셉트의 ‘빈티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 현장 설계 일을 배우다가 작업 선배들의 부당한 갑질 때문에 일을 접고 알바로만 연명하던 구직자였다.
“OO님을 일부러 의식하고 괴롭히고, 그런 왕따 같은 거 아니다. 당시 고층건물 현장이라 현장 사고나 민원예방 때문에 민감했을 것이다. OO님을 괴롭히던 그런 분들은 많지가 않다. 다시 시작해봐요, 우리..” 그리고 구직자와 따뜻한 눈맞춤을 한다.
“OO 씨, 더 간절해지지 않으셨어요?”, OO 씨의 관찰력과 3D 디자인감을 보면 천상 그 일을 하셔야 할 분이에요.”, “OO 씨 정도의 실력이면 실내 디자인 계열 후배들에게도 충분히 멘토링 해줄 수 있는 실력이라던데요,
알아보니까..”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 지원자가 중견기업 인테리어 설계부문의 채용연계형 인턴사원 공모에 나서보겠다고 한 것이다.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에 지폐 한 장 흔쾌히 적선하다가도 노상에서 누군가 불쑥 껌 한 통을 들이밀며 금전을
요구할 때는 머뭇거리고 바가지 쓰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로부터의 주도성과 의미가 없어서다.
살면서 있으나마 나한 투명인간 취급받을 때 누구든 설자리를 고민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자존감이다. 그것을 키우려면 남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진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생각과 의지만이라도 위의 구직자 사례들처럼.
결국 자신의 가치와 존재감 문제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