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후덥지근하지만 근래 이렇게 사랑스러운 비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해가 지면 기온이 떨어진다는 평범한 사실이 축복처럼 여겨집니다. 새벽녘 잠이 깼을 때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조금 약해졌다는 게 감사합니다. 너무 많은 평범한 것들이 사라졌던 날들 끝에 비와 함께 수평을 이루게 된 여름의 온도가 반갑습니다.
덕분에 이제 막 꽃잎을 피우던 해바라기의 한한 웃음이 되살아났고 분홍수국도 종알종알 꽃송이를 매달았습니다. 가지 끝에 바짝 말라죽어가던 단풍나무도 기운을 차렸고 국화들도 꽃가지를 더 많이 내는 중입니다. 세상을 식혀주는 비 덕분에 고통스럽던 여름이 조금은 사랑스럽게 익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