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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ul 09. 2024

소식

소식


새들이 앉은자리 

가볍디 가벼운 발걸음에 

굳게 다문 문고리가 

내려앉는다


찾아올 이 없는

무색한 기다림에 

매번 실망하는 오후였건만


삐걱하고 열린 틈사이로 

잊혀진 소식 하나 

바람결에 들려오면 

약속되지 않은 그리움들이 

햇살과 함께 쏟아진다




태권도학원을 다니는 두 아들은 줄넘기 대회를 치르고 나서 더욱 태권도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습니다. 관장님은 영웅이고, 하늘이고, 그의 말이 곧 법이 되곤 합니다. 그렇게 관장님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물놀이 캠프를 떠난다는 소식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둘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직 어린 유치부와 초등1학년은 이번 캠프에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전달사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교를 하고 둘째의 큰 눈망울에는 눈물이 글썽 글썽이며 자신이 함께 가지 못하는 캠프를 형도 못 가게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먹으며 가족회의를 해보기로 했죠. 


그렇게 시작된 가족회의. 순서를 정하고 발언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작은 공을 들고 말하기로 규칙을 정합니다. 그리고 발언자가 공을 놓기 전까지 나머지 사람들은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하죠. 첫 번째 발언자인 첫째는 지금의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공을 내려놓습니다. 둘째는 그 상황의 피해자임을 어필함과 동시에 형평성이 맞지 않으니 형도 그 캠프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공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다음 아빠가 다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며 첫째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고 싶냐며 다시 확인 질문을 했죠. 그렇게 서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한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제가 둘째에게 규정상 못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첫째는 꼭 가고 싶다고 하니 너는 그날 엄마랑 스케이트를 타러 가면 어떠냐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랑? 하고 되물으며 둘째의 얼굴엔 기대감과 행복한 웃음이 번집니다.


애교쟁이에 엄마 껌딱지인 둘째는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캠프를 엄마와의 단독 데이트권으로 바꾸고선 세상행복한 표정으로 형아가 캠프에 가는 걸 허락해 주었습니다. 아기새처럼 쉴 새 없이 지저귀던 어린 두 아들이 가족회의를 차분하고 질서 있게 진행하는 모습에서 새삼 대견함과 기특함, 그리고 감사함이 몰려왔습니다. 

둘째의 그림책 그림

PS>

<보들이의 우주 체험학습>이란 그림책을 만들고 있는 둘째입니다. 작년에 저희 집에서 키우던 햄스터 이름이 보들이었는데 1년 넘게 함께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날 아침 저도 울고 아이들도 울었는데 둘째는 요즘도 가끔 보들이 이야기를 하더니 이번 그림책 만들기 할 때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스토리를 쓰고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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