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여름이 끝날 것 같지 않고, 이 더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며 투덜거리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었다. 가을은 언제 오냐며, 겨울은 답지 않게 따뜻하게 지나가버리진 않을까 걱정을 부러 사서 와서 입을 빼죽였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가야 하는 시간 안에서, 와야 하는 것은 그 흐름이 시작되야 하는 곳에서 풍경을 바꾸고, 낙엽을 떨어뜨리고, 바람을 얼리는데 괜한 걱정과 근심으로 어제를 채우고 오늘을 낭비하는 습관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아침에 자전거를 탈 때는 털장갑을 꼈다. 코끝도 시큰하고 맞바람을 맞은 뺨도 조금 얼얼했다. 어제는 가을이었다가 오늘은 겨울이 된 것처럼 계절이 요동을 친다. 그래도 모든 것들의 수레바퀴는 함께 저녁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 해가 져야 하는 시간에, 밤이 오는 시간에 우리는 모두 자신의 안식처에서 휴식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가락시장에 가서 싱싱한 재료로 저녁 찬거리를 사 오는 재미에 빠져있다. 오늘은 신호등 그늘진 곳 아래에서 과일을 파시는 할머니에게서 바나나와 단감을 사고 양갱을 선물로 드렸더니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라며 함박웃음으로 화답해 주신다. 작은 선물이 큰 웃음으로 남게 되어 행복한 하루였다. 할머니도, 나도 행복한 겨울 준비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