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윗목까지 잔뜩 올려 마음을 가려봐도 비어진 가슴 사이로 채우고 싶은 사랑이 더 커질 뿐이다. 외로운 것은 계절 탓이 아니라 바람 탓일까. 길을 걷는 걸음을 앞서 후두두 흩어지는 낙엽들을 보며 가을의 끝자락을 멀리 가늠하다 오늘을 사는 우리 생도 어느 때고 끝이 온다는 것을 불쑥 느끼게 된다.
그러니 사랑을 해야지. 그대를 더 눈에 담아야지. 바스러지는 향이 아닌 코끝에 잔향을 가득 남기는 씁쓸한 국화의 향처럼 가슴에 물들어야지. 하얀 눈처럼 기억을 모두 지워내고 걸어온 걸음이 모두 덮이는 계절이 와도 불씨처럼 깊은 땅속에 당신을 향한 깊은 씨앗을 묻어둬야지.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두듯이, 겨울잠 자는 모든 동물들이 두둑이 식량을 저장해 두듯이 그렇게 당신에 대한 사랑을 담아두고 다시 깨어나야지. 번데기를 찢고 나비가 되어 새로이 날아오르는 봄을 다시 맞이해야지.
고등학교 때 국악공연을 본 후 국악에 심취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요즘 그림 그릴 때 자주 듣는 음악은 풍류대장에 나온 김준수 님의 영상입니다. 그중에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전을 묘사한 <대취타>는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봐도 봐도 엉덩이가 들썩이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무대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