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홀가분한 일인 것일까. 미련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다만 그 시기가 온 것이고 이 손을 놓는다고 한들 내일이 까마득히 멀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가벼움의 극치다. 존재가 이리도 자유로운 것이라는 것은 소멸의 시간이 주는 축복을 온몸으로 즐기는 일일 것이다. 추워진 거리 가득 노란 은행잎들이 흩날리는 모습이 이렇게도 가벼운 느낌이라니.. 차리리 부럽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어떤 아쉬움도 없이 그저 그때에 맞는 인연의 끝을 두고 질척거리는 미련 없이, 아쉬운 후회 없이 가을 속으로 스러지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다. 노란 꽃잎들이 흩날리는 가을, 서로의 온기를 찾아 손을 꼭 잡고 길을 나서본다.
길 위의 사랑
아직 서툰 사랑이 마음이 가득 차버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걸까. 솜씨 좋은 노란 하트가 사람들 발길에도 시들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길 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설레었다. 사람이, 사랑하는 이가 그리운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