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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저러니 해도, 봄

by 이혜연
이러니 저러니 해도, 봄

바람 끝이 아직 차가워

얇아진 외투사이로 몸이 부르르 떨린다고 해도

앙다문 꽃잎새 사이로

아직 분홍빛 수줍음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마른땅 위로 비쩍 마른 겨울의 풀들만

서걱대며 흔들리고 있다 해도


연인들은 먼 곳을 여행하기 위해 표를 끊었고

아가들은 한꺼번에 햇살처럼 쏟아져

공원을 휘저었으며

땅 위로 솟구친 히야신스 가지마다 둥글둥글

꽃대롱이 토실토실해졌고

어느 볕 좋은 처마밑에는

제비집 단장이 한참이려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모두에게 들이찬 찬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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