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일이 있어 나가는 길, 볕 좋은 낮은 담장 끄트머리에 노란 민들레가 바람을 맞고 서 있다. 눈으로 보는 순간 달콤한 향기가 노오랗게 들어온다. 조금 더 걸으니 이번엔 연보랏빛 제비꽃이 서 있다. 나를 기다린 것인가.
걸음걸음마다 봄을 마주친다. 밤이라면 가로등처럼, 마음이 헤매는 자라면 봄의 이정표처럼, 겨울은 이제 끝이라고, 아름다운 날들이 시작되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그러니 바람이 불어도 봄맞이하러 가야지. 울렁대는 가슴을 살짝쿵 여미고 꽃 따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