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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DONGNAE Dec 16. 2020

좋아하는 사람, 취향, 동네가 있는 신혼집 은평구

서재우 - 매거진 B 에디터 

서재우

매거진 B 에디터 

서울 은평구 아파트 / 거실, 주방, 욕실, 방 2개


Editor's Note

올해 11월에 결혼한 매거진B 에디터 서재우님의 은평구 신혼집을 찾았다. 은평구는 '오래된 단지'라는 이미지가 있어 왜 신혼집을 은평구로 선택했을까 궁금했는데, 막상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렇게 신혼부부에게 꼭 맞는 아늑하고 세련된 집, 은은하게 젊은 감각을 갖춘 동네가 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 개성 있는 가구와 소품들이 모여 이루는 조화, 부부가 즐겨 듣는다는 재즈 음악이 함께 하는 집이었다. "그저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은평구에 자리를 잡았다는 그가 말하는 동네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 부부에게 꼭 맞는 동네



Q) 은평구에는 어떤 계기로 살게 되셨나요?

A) 여기는 저희 신혼집이에요. 장모님이나 장인 같은 경우는 사실 딸이 결혼한다고 하면 어느 동네에 사는지도 되게 중요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은평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하는 데에 염려가 없었어요. 아내 은경이 여기서 오랫동안 살기도 했고, 제 개인적인 취향에 잘 맞는 동네이기도 하고요. 이곳에 봄에 처음 왔는데, 새절역 앞 불광천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산책길에 벚꽃이 가득했어요. 그때 느낌이 참 좋았어요.


불광천 산책길의 모습


Q) 은평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나요? 인스타그램(@adicent83)에서 은평구에 대해 "내가 이 동네로 온건, 부동산 가격도 그렇지만, 그저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다.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아닌, 살고 싶은 동네에 터를 잡은 것이다"라고 쓰신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A) 은평구는 지금의 연희동과 연남동이 태동할 무렵 초창기의 느낌이 나요. 이곳에 오기 전에 은평구는 약간 뭐랄까, 촌스럽고 노년 인구가 많은 동네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인지 연희, 망원, 연남 쪽의 젊은 친구들이 점점 은평구로 넘어오면서 젊은 느낌이 꽤 나더라고요.


그만큼 새절역에서 증산역 사이에 불광천을 끼고 되게 재미있는 레스토랑들이 많아요. 곳곳에 괜찮은 카페도 숨어 있고요.




항상 추천하는 동네, 은평구


Q) 이곳에 사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은평구 핫플레이스가 꽤 있을 것 같네요. 몇 곳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히든 스폿을 찾은 게, '담대하게'라는 카페가 하나 있어요. 일반적으로 주차장으로 활용할 것 같은 공간의 일부를 카페로 운영하는 곳인데요. '이 정도 감도의 공간이 은평구에 있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정말 좋아요.


카페 '담대하게 커피워크'


그리고 집 맞은편에 진짜 말도 안 되게 맛있는 닭강정 집이 하나 있어요. '쩜순이네 닭강정'이라고요(웃음). 주인 아주머니께서 정말 프라이드가 강하시더라고요. 여기 살던 분이 강남이나 분당으로 이사를 가도 포장을 해가는 곳이라면서요. 자기가 했지만, 자기도 먹고 놀라는 맛이라는(웃음) 말씀을 듣고 '아 이곳 뭘까'하며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더라고요. 최고의 닭강정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로라'라는 파스타집도 있고, '플롭(PLOP)'이라는 피자집도 있고요. 다 나열하자니 너무 많네요(웃음).



Q) 동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은평구의 장점은 뭔가요?

A) 저는 이 동네를 항상 추천하는데요, 일단 교통이 꽤 좋은 편이에요. 연희동, 연남동, 합정도 가깝고, 한남동도 근처 새절역이 6호선이니 금방 갈 수 있고요.


무엇보다 은평구의 강점은 집값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이 집도 2억 초반대에 전세를 구할 수 있는 아파트에요. 그런데 10분 거리의 연희동만 가도 4~5억 정도의 차이가 나거든요. 그래서 특히 집을 잘 꾸미고 싶은 분들한테 추천해요. 집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세이브한 예산을 가구 사는 데 투자할 수 있어요.




집에 의자만 13개, #의자의집304



Q) 집에 의자가 참 많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에(@adicent83) '#의자의집304' 라는 해시태그로 집 이야기를 공유해 주시더라고요.

A) 집에 의자만 13개가 있어요. 제가 의자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저의 작은 열망 같은 거예요. 이를테면 제가 좋아하는 건축가가 만든 디자인의 집에 직접 살 수는 없을지라도, 그 디자인의 정수라고 생각하는 의자를 경험할 수는 있는 거거든요.


제 성향상 집에서 쉴 때도 저는 소파보다 좀 더 텐션이 있는 의자에 앉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하고요. 집을 구할 때 '서재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가 중요한 조건이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사람이 각자 다르듯 의자도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커피를 마실 때 앉을 의자, 누군가와 대화할 때 앉을 의자가 따로 필요한 거죠.



Q) 좋아하는 의자의 기준이 있나요?

A) 바우하우스에서 태동한 기능주의 디자인의 의자를 제일 좋아해요. 앉았을 때 편안하고, 막 써도 되는 의자를 좋아하죠. 다만 기능만 보고 의자를 고르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못생긴 의자'는 집에 두고 싶지 않거든요. 모아둔 의자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곡선미가 있고,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소재가 결합된 의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토넷 S43 (왼쪽), 프리츠 한센 세븐 체어 (오른쪽)


대표적으로 지금 앉아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토넷의 S43 모델을 좋아해요. 원목과 스틸 소재가 결합된 것도, 곡선이 아름다운 것도 제가 좋아하는 의자의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죠. 가장 근래에 산 의자예요. 똑같은 기준으로 다이닝 테이블에 둔 프리츠 한센의 세븐 체어도 참 좋아해요. 2018년에 출장차 코펜하겐에 갔는데, 공공기관이든 인터뷰이의 집이든, 레스토랑과 카페든 거의 모든 곳에 이 의자가 있더라고요. 빈티지로 구입했어요.


거실 소파 옆에 둔 비트라의 톰백 체어는 론 아라드라는 산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의자예요. 원래 제 기준에서 보자면 약간 요란한 디자인의 의자죠. 기능주의에 대한 반발로 튀어나온, 건축으로 보자면 프랭크 개리나 자하 하디드 풍의 디자인을 좋아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가 '좀 색다른 것 하나 정도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구매했는데, 너무 좋아요. 역시 디자인도 내가 선호하는 것에만 몰두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배운 의자예요.



Q) 의자뿐 아니라 전체적인 집도 감각 있게 꾸며두신 것 같아요. 집을 꾸미는 데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A) 사실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싶은데, 저는 애초에 집을 꾸밀 때 뭘 참고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꾸미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집에 있는 가구들도 심도 있게 고민해서 골랐다기보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하나하나 쉽게 골랐어요.



이 스탠드가 제 집 꾸미기 방식의 정점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컬러가 다 있는 스탠드에요. 남들은 이런 걸 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저는 제 마음에 들면 그냥 사요. 취향의 좋고 나쁨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의 집은 그 누군가만의 생활방식이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사람과 가장 행복한 순간


Q)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셨을 것 같아요. 집에서는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A) 아내와 둘이 사는 공간이다 보니, 집에 있으면 아내와 대화를 제일 많이 해요. 특히 거실이 아닌 서재에 TV를 뒀기 때문에 일부러 TV를 보는 시간이 아니라면 항상 거실에 앉아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집이죠.



그리고 이사 왔을 때부터 거실 쪽 베란다가 트여있었는데, 거실 창가 앞에 둔 캠핑체어에 앉아서 살짝 찬 바람 느끼면서 커피 마시는 것 좋아해요. 의자에 앉아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요. 혼자 살 때는 테크노와 실험음악을 주로 들었다면, 둘이 산 이후로부터 주로 재즈음악을 들어요.



Q) 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A)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게 가장 행복하죠. 제 아내 은경이랑요.


어릴 때부터 제가 꿈꾸던 이상의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비슷한 27평 정도의 집이었어요. 그런 집에 제가 좋아하는 가구를 채워 넣고,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 꿈이었는데요.


어렸을 때 본 영화 '싱글맨'에는 커플이 소파에 함께 앉아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 다른 책을 읽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처럼 좋아하는 공간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걸 침투하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길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서재우 님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집을 찾고 있다면, 동네를 방문해 주세요. 

https://www.dongn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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