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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코딩으로 만든 메모앱 '모두의 메모'

누구나 쓰고, 누구나 보고, 누구나 지울 수 있는 메모장.

로그인 없는 메모 앱 '모두의 메모' 개발과 운영에서 얻은 3가지 교훈


모든 서비스가 개인화를 외치는 시대에, 저는 '로그인 없는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용자가 회원가입이라는 허들 없이 서비스의 본질적인 기능에만 집중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모두의 메모'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의도된 제약: '휘발성'과 '공개성'


'모두의 메모'는 의도적으로 두 가지 제약을 두었습니다. 바로 '휘발성'과 '공개성'입니다.



누구나 쓰고, 누구나 보고, 누구나 지울 수 있는 메모장.


이 컨셉은 기존의 메모 앱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위치합니다. 영구적인 기록이 아닌, 순간의 생각을 가볍게 공유하고 잊기 위한 공간을 지향했습니다. 영원히 보관될 데이터가 아니기에 개인의 소유권을 주장할 필요가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로그인 없는' 정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 제약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소통 방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신속한 구현: AI를 활용한 MVP 개발


아이디어를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개발 과정에는 AI 코딩 어시스턴트(Cursor)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Supabase) 연동, 배포(Vercel) 등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간단한 프롬프트로 처리하며 아이디어 구현 속도를 극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렸을 법한 작업들이 압축되면서, 저는 서비스의 핵심 로직과 정책을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장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과제: 배포 이후 마주한 현실


서비스 배포 후, 감사하게도 GeekNews에 소개되며 예상보다 많은 트래픽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전에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1. 스팸과 서비스 장애 배포 3일 차 새벽, 데이터베이스 사용량이 급증하며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원인은 악의적인 스팸 봇에 의한 대량의 데이터 생성(약 750여 건)이었습니다. 작은 토이 프로젝트였기에 별다른 방어 로직이 없었던 제 서비스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급히 스팸 데이터를 제거하고, 입력 데이터의 수와 길이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긴급 대응해야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아주 작은 서비스라도 '공개'되는 순간부터 기본적인 어뷰징 방어 정책은 필수적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2. 잠재적 보안 위협 바로 다음 날에는 XSS(Cross-Site Scripting) 공격 시도가 로그에 발견되었습니다. 다행히 프레임워크 단에서 방어되어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사용자 입력을 처리하는 모든 서비스가 잠재적인 보안 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후 입력 값에 대한 이스케이프 처리를 강화하는 등 기본적인 보안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기능 구현만큼이나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개발의 끝에서 배운 것들


'모두의 메모' 프로젝트는 제게 3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째, '공개'된 서비스에는 책임이 따른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사이드 프로젝트일지라도, 인터넷에 공개되는 순간 불특정 다수와의 상호작용을 전제해야 합니다. 안정성과 보안은 서비스의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었습니다.


둘째, 개발의 완료는 운영의 시작이다. '만들면 끝'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서비스를 배포한 순간부터 사용자의 반응과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응하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운영'이라는 진짜 과제가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셋째,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은 '운영'에 있다. AI의 도움으로 아이디어 구현의 장벽은 극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이제 경쟁력은 '무엇을 만드느냐'를 넘어, '어떻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며, 사용자의 피드백에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는가' 하는 운영의 영역에서 결정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소소한 프로젝트였지만,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그 어떤 이론 학습보다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 글이 저와 같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 있는 모든 개발자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https://memo-new-project.vercel.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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